바쉐론 시계 건넨 업자, 특검서 진술
“유경옥에 연락 남기면 그 폰으로 金이 연락”
건진법사 인사청탁땐 또다른 행정관 폰 이용
수행비서, 금품수수-청탁 통로로 활용한 듯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 여사가 자신에게 5000만 원대 명품 시계를 건넨 사업가 서모 씨에게 “이제는 시스템적으로 연락해야 하니 여기(수행비서 번호)로 연락하라”며 직접 소통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가 서 씨 뿐만 아니라 통일교 전직 간부 등과 인사 청탁과 공천 관련 사안을 논의할때마다 자신의 수행비서들을 통해 연락한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수행비서들을 사실상 금품 수수와 인사 청탁의 통로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최근 서 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사는 과정뿐만 아니라 대선 이후엔 대체로 유경옥 씨(전 대통령실 행정관)를 통해 김 여사와 소통하고 연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행정관은 김 여사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앞서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건넨 샤넬 백을 교환할 때 동행했던 김 여사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서 씨는 유 전 행정관을 통해 김 여사와 공직 인사와 관련된 의견도 나눴다고 한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사면 복권과 지방선거 공천 문제를 비롯해 이태원 참사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 등 국정 운영과 관련된 의견을 수차례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대선 전에는 김 여사 휴대전화로 직접 통화를 했는데, 대선 이후엔 김 여사가 유 씨를 소개해주며 ‘이제는 시스템적으로 연락을 해야 하니 의견 등은 여기(유 전 행정관 번호)로 연락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서 씨에 따르면 김 여사와 통화를 하고 싶을 때 유 전 행정관 휴대전화로 “여사님과 통화할 수 있습니까”라고 문자메시지 등 연락을 남기면 얼마 뒤 유 전 행정관 번호로 김 여사가 직접 연락 해오는 구조였다고 한다.
특검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 씨와 인사 청탁 관련 의견을 나눴을 때 다른 수행비서인 정모 전 대통령실 행정관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한 사실도 파악한 바 있다. 당시 전 씨는 대선 직후인 2022년 3, 4월경 정부 인사 자리에 한 인물을 추천했는데, 정 전 행정관 번호로 “이력서 보내보시죠”라고 답한 게 김 여사가 아닌지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한편 서 씨는 영부인을 내세워 ‘VIP 할인’을 받아 구매한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대금 3500만 원에 대해선 “500만 원은 예약금 명목으로 시계를 사기 전에 미리 (김 여사로부터) 받았다”며 “나머지 3000만 원은 김 여사가 ‘가족에게 돈 받을 일이 있으니 주겠다’고 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서 씨가 운영한 ‘경호 로봇 개 납품’ 사업 수주를 위해 김 여사에게 시계를 전달한 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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