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이 2일 오후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압수수색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이날 특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추 의원의 사무실과 서울 강남구 자택, 지역구인 대구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뉴스1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2일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추경호 의원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로 강제수사에 나선 건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 추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네 차례 바꿔가며 의도적으로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특검은 한동훈 전 대표가 계엄 당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3층에서 추 의원을 만나 “의원들을 모아 국회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도 의총 장소를 당사와 국회로 바꾼 배경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규명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추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오후 11시 3분)→중앙당사(오후 11시 9분)→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오후 11시 33분)→중앙당사(4일 0시 3분)로 총 네 차례 변경했다. 추 의원은 계엄 선포 직후 홍철호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통화했고,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및 윤 전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기도 했다.
특검은 10여 장 분량인 압수수색 영장에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뒤 국회의 표결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의총 장소를 변경했다는 취지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인 오후 11시 25분경 계엄사령부가 “오후 11시부로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을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는데, 계엄군의 국회 진입과 포고령 위반을 염두에 두고 의총 장소를 국회로 변경한 게 아니냐는 것. 특검은 이 과정에서 추 의원이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국회 계엄 해제안 표결을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찰이 있어 담도 못 넘는다”며 혼선이 빚어지자 추 의원은 4일 0시 넘어 다시 의총 장소를 당사로 변경했다. 4일 0시 49분경 국회 본회의가 개최됐고, 당시 추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다. 특검은 추 의원이 국회 안에 있었음에도 표결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당시 추 의원과 원내대표실에 함께 있었던 8명 중 한 명인 조지연 의원도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조 의원이 계엄 선포 약 5시간 전인 오후 5시 35분경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37초 동안 통화한 이유를 확인하고 있다. 조 의원은 대선 캠프 때부터 메시지팀장을 맡아 윤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핵심 친윤(친윤석열) 중 한 명이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다 경북 경산에 단수 공천을 받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1.16%포인트 차로 꺾고 신승했다.
● 尹 지시로 ‘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 정조준
특검은 이런 정황을 토대로 압수수색 영장에 추 의원을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적시했다. 특검은 추 의원에 대해 원내대표의 의총 소집 권한을 남용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안을 표결하고 심의할 권리 행사를 방해한 직권남용 혐의도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특검은 추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던 지난해 5월 9일 이후부터 영장집행일인 9월 2일까지의 자료가 압수 대상으로 적시된 영장을 제시했고, 국민의힘 측은 “자료 수집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반발했다.
추 의원은 이날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과 당사에서 통화한 뒤 의혹과 반대로 의총 장소를 국회로 변경했고 동료 의원들과 국회로 이동했다”며 “국회의장이 새벽 1시 본회의 개최를 최종 통보했을 때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표결 방해 의혹은 근거 없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도 “지역 숙원 사업인 지역구 군부대 이전 관련 면담을 취소한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 게 전부”라며 “먼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장관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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