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에 건보재정 줄줄
90% 부담 年365회 초과는 줄고… 年200회 초과 2년새 7.7% 늘어
일부 환자 무분별 외래 이용 여전
年200회 이상 본인부담 강화 검토… “고령 의료기반 지원 우선” 지적도
#1. 전남 목포에 사는 40대 박모 씨는 올 7월 2일 동네 병원에서 급성 위염으로 진통제 주사를 맞았다. 이어 정형외과에서도 어깨 회전근개증후군 치료를 위해 같은 성분의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박 씨는 이 외에도 병원 4곳을 돌며 두통과 허리 요추 염좌, 관절통 진료를 받았다. 박 씨가 이날 의료기관 6곳에서 맞은 진통제 주사는 6개, 항생제 등을 포함하면 9개에 이른다. 그는 올해 1∼10월 외래 진료에서 총 799회 주사 치료를 받았다. 올해 박 씨의 총 외래 진료비 2671만 원 중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간 돈은 1016만 원이다.
#2.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이모 씨는 올해 물리치료를 총 547회 받았다. 3월 27일에는 의료기관 6곳을 돌며 목, 허리, 어깨, 발목 등의 물리치료를 받았다. 올 총 외래 진료비 1061만 원 중 786만 원이 건강보험 부담금이다. 이 씨는 2023년 995회, 지난해에도 1159회 물리치료를 받았다.
연 365회 초과 외래 이용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본인부담 차등제’ 시행이 2년 차를 맞았지만, 일부 환자의 무분별한 외래 이용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외래 이용이 365회를 초과하는 환자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 365회 초과 이용자는 2285명이었는데, 올해는 9월 19일 진료분까지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대상이 102명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차등제 적용 대상이 더 늘어나겠지만, 2000명 이상이었던 예년보단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연 18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낸다. 이후 365회 초과 이용이 확인된 시점부터 즉시 본인부담률 90%가 적용된다. 평균 외래 본인부담률은 20%인데, 과다 이용 환자에겐 비용 부담을 크게 높인 것이다. 건보공단에 진료 내용이 접수되기까지 시차 탓에 미처 90% 본인부담률이 적용되지 않은 외래 이용도 늘어난 본인부담금을 사후 징수 형태로 환수한다.
본인부담이 커지자 과다 외래 이용 환자들의 병원 방문도 줄었다. 박 씨는 본인부담 차등제 적용 전인 7월 15일까지 월평균 97회 외래 진료를 받았는데, 이후 9월 말까지는 월평균 68회로 외래 이용이 약 30% 감소했다. 이 씨 역시 같은 기간 외래 이용 횟수가 월평균 77회에서 18회로 77% 급감했다.
무분별한 의료 쇼핑 근절을 위해선 병원 이용 문턱을 더 높여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연간 200회 초과 외래 이용 환자는 2022년 5만7217명에서 지난해 6만1603명으로 7.7% 늘었다. 공단 부담금은 총 5624억 원으로 2년 만에 11.8%(595억 원) 증가했다. 1인당 나랏돈이 913만 원 쓰였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외래 이용 19.5회, 총 외래 진료비 106만 원 중 76만 원을 건보 재정에서 부담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 “본인부담 상향 기준, 200∼300회로 강화 검토”
본인부담 차등제 강화를 두고선 진통이 예상된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과다 이용 기준을 놓고 100회부터 365회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복지부는 향후 기준을 200∼300회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다 외래 이용 대다수는 고령층의 통증 관리다. 건강보험 재정은 의료비 지원이 더 필요한 환자에게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래 이용 제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택 의료 등 노년 의료 기반을 강화해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고령층이 병원에 덜 가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새롬 인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불필요한 과다 외래 이용이 일부 있다”면서도 “노인 돌봄과 의료 기반이 부실한 상황에서 경제적 불이익으로 병원 이용을 막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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