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조원 지자체 자산 ‘깜깜이 매각’… 심의공개 2.7%뿐

  • 동아일보

5년간 공유 재산 2.1만여 건 매각
심의위선 대부분 ‘서면 심의’ 대체
공개 회의록도 35.8% ‘이의 없음’

경기 포천시. 송우리 공영주차장 등 땅 5646㎡를 145억 원에 팔면서 서면 심의로 진행. 검토 미비로 2028년까지 매년 임차료 1억 원 부담.
경기 포천시. 송우리 공영주차장 등 땅 5646㎡를 145억 원에 팔면서 서면 심의로 진행. 검토 미비로 2028년까지 매년 임차료 1억 원 부담.
경기 포천시 소흘읍 아파트 단지 앞의 한 공영주차장. 포천시는 2023년 12월 세무서 신축을 계획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에 이 일대 5646㎡를 145억 원에 팔았다. 하지만 포천시는 지금도 이 땅을 주차장으로 쓰며 국가에 매년 1억 원이 넘는 임차료를 낸다. 대체 주차 부지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상 임차 조건 등도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매각 전 자산 가치와 사후 대책을 따졌어야 할 공유재산심의위원회(심의위)가 회의록 한 장 남기지 않는 ‘서면 심의’로 갈음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14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전국 245개 시도 및 시군구에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2021∼2025년 지자체 공유재산 매각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각된 전국 지자체 재산은 총 2만1099건, 약 5조7000억 원 규모다. 대다수가 재정 확보나 개발 사업 등에 따라 민간 사업자나 다른 공공기관에 팔렸다.

문제는 지자체 재산 매각 과정에서 유일하게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 장치인 심의위가 사실상 무력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심의위를 거친 사례는 5년간 6023건(28.5%)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회의록이 공개된 건 579건으로 전체 매각 건수 대비 2.7%에 그쳤다. 나머지는 회의 기록이 남지 않는 서면 심사로 대체되거나 ‘발언 위축’ 등을 이유로 비공개 처리됐다. 회의록이 공개된 사례 중에서도 35.8%에 해당하는 207건은 질의나 토론 없이 ‘이의 없음’ 등 한마디로 안건이 통과됐다. 특히 심의위원 절반 이상이 전현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지자체가 77곳에 달해 ‘짬짜미 심사’를 피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매각 대금 관리 역시 부실했다. 매각 수익을 별도 기금으로 적립해 자산 재취득 등에 사용하는 지자체는 41곳(16.7%)뿐이었다. 남창우 한국공유재산학회 명예회장(경북대 행정학부 교수)은 “재산 매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투자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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