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출규제가 낳은 ‘위장 미혼’…5쌍중 1쌍 혼인신고 미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3일 20시 12분


소득 합쳐 정부지원 대출 기준 넘기면
이자 年 400만∼1000만원 더 내게 돼
각자 집 있는 경우엔 2주택자 규제도
작년 혼인신고 20% “1년 이상 미뤘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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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인 김모 씨(32)는 지난해 8월 결혼식을 올리고 남편과 신혼집에서 같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가족관계증명서에서는 여전히 ‘남남’이다. 신혼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던 중 법적 부부가 되는 순간 오히려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남편과 소득을 합치니 정부 지원 대출 기준을 가볍게 넘겼지만 서류상 미혼을 유지하면 저렴한 이자로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며 “연간 수백만 원의 이자를 더 내면서까지 ‘공식 부부’라는 타이틀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 5쌍 중 1쌍 “신고 미루는 게 합리적 선택”

김 씨처럼 대출 등에서 기혼자가 불이익을 받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피하려고 전략적으로 미혼 상태를 유지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13일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24만326쌍 가운데 4만7096쌍(19.6%)은 혼인 후 1년 이상 지나 신고한 사례였다. 신혼부부 5쌍 중 1쌍꼴로 1년 넘게 법률혼 관계를 미룬 채 살았다는 의미다.

혼인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는 2020년 2만7372쌍(12.8%)에서 2022년 2만9348쌍(15.3%)으로 늘어났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4만 쌍 넘은 것. 서류상 부부가 되는 것을 유예한 사례가 5년 새 1.7배로 늘고, 그 비율도 6.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신혼부부들은 “혼인신고를 안 해서 생기는 불이익은 별로 없지만, 신고로 인한 불이익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게 주택담보대출의 이자 부담이다. 주택도시기금에서 지원하는 디딤돌 대출의 경우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금리가 2.85~4.15%로 시중보다 낮다. 그런데 문제는 생애 최초로 주택을 사는 미혼자의 경우 소득 상한이 연 7000만 원인 반면 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부부 합산 8500만 원이 된다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각자 연봉이 4250만 원만 넘어도 대출 대상에서 탈락하게 되는 구조다.

가령 2억4000만 원을 디딤돌 대출 최저 금리(연 2.85%)로 받으면 한 해 680여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반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4.38~6.98%)은 연이자 부담이 약 1050만~1675만 원에 이른다. 매년 적게는 약 4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가까이 더 내는 셈이다.

세금도 불이익… “제도 개선해야”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적 미혼을 택한 이들도 있다. 지난해 1월 결혼한 송모 씨(36)는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고자 혼인신고를 미뤘다. 송 씨는 “남편과 각자 집이 있는데 혼인신고를 하면 즉시 1가구 2주택자가 돼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부부 합산 소득이 1억3000만~1억4000만 원 수준인 송 씨는 “정책 대출을 받기엔 소득이 높은 어중간한 계층에게 결혼은 불필요한 호사”라고 했다.

이런 ‘결혼 페널티’가 젊은 층에서 혼인신고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미혼자의 2배 수준으로 상향하고, 자산 요건도 1인 가구의 1.5배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지역별 주택가격에 연동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함께 시장,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러 가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혼인신고가 주거 마련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략적 미혼 현상은) 수도권처럼 주거비 부담이 큰 지역에서 결혼보다 주거 안정이 우선 과제가 된 결과”라며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현실화하고, 혼인 여부보다 실질적인 무주택 상태와 자산 수준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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