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흥신소 범죄 조장 도넘어
거주지-배송 테러 등 상품목록 제시… 피해자들엔 “돈 더 주면 역보복”
보안메신저-코인 결제로 영업 확장… 위장 취업해 개인정보 빼내기도
“문자 테러는 한 건에 5000원, 100건 묶음은 30만 원입니다. 전화 테러는 한 건당 3만 원이며 서비스로 통화 녹음본을 제공합니다.”
14일 텔레그램에서 활동하는 한 보복 대행업체에 문의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들은 테러 행위별로 세분화한 가격표를 제시하며 ‘원한 해결’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단순한 비방 문자메시지를 넘어 거주지에 오물을 투척하거나 계좌를 정지시키는 등 범죄 행위를 정찰제로 거래하는 것이다. 경찰이 보복 대행 범죄를 집중 수사하고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가상자산과 보안 메신저를 통해 추적을 피하며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
● SNS 지인 분석부터 ‘통장 묶기’까지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아파트 현관문에 간장을 뿌리고 래커칠 테러를 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검거된 보복 의뢰인이 성폭력 전력이 폭로된 것에 앙심을 품고 피해자에 대한 테러를 의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업체의 총책과 조직원을 추적 중이다.
문제는 이 업체가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로도 ‘사이버 흥신소’로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이다. 의뢰자를 가장해 문의하자 업체는 △거주지 테러 △문자 테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테러 △배송 테러 △‘통묶’(통장 묶기) 등 다양한 ‘상품 목록’을 제시했다. 거주지 테러는 대상자의 주거지 현관문에 오물을 뿌리는 것으로 대변 투척은 45만 원, 소변은 15만 원이었다. 악취가 심한 특제 물질을 선택하면 가격이 50만 원으로 올랐고, 아파트 이웃에게 비방 전단까지 살포하면 10개 층을 기준으로 15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수법도 동원했다. 댓글 테러는 50건당 30만 원 선이었는데, “댓글 빈도 등을 분석해 타깃과 친밀해 보이는 계정부터 공략한다”고 홍보했다. 배송 테러는 굴욕적인 문구를 적은 화환을 결혼식장이나 회사로 배송해 주고 55만∼95만 원을 받는 방식이다. 성인용품 배송은 상품 대금에 10만 원의 수수료가 추가된다. 모든 작업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해 의뢰자에게 전송된다.
금융 활동을 마비시키는 통장 묶기도 이들의 주력 상품 중 하나였다. 보이스피싱 범죄 자금을 뜻하는 은어인 ‘핑돈’을 피해자의 계좌에 입금해 입출금을 강제로 정지시키는 방식으로, 단가는 45만 원이었다. 업체는 “돈을 인출하면 공범으로 경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홍보도 했다.
● 피해자에 “돈 주면 의뢰자 보복” 제안
심지어 이 업체는 보복 대행의 피해자에게 접근해 ‘역보복’을 유도하며 양측에서 수익을 챙기려 했다. 한 피해자는 “업체가 의뢰인의 신상 정보를 건네며 추가 복수 의뢰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전국에서 이런 보복 테러 피해 신고가 53건 접수되자 집중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보안 메신저에서 의뢰받은 뒤 대금을 가상자산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보복 대행 업자는 “텔레그램보다 더 보안이 강한 메신저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추적될 염려가 없다”고 자신했다.
테러 대상자의 개인 정보를 일반 기업에서 빼내는 수법도 반복되고 있다. 업자는 “이름만 알려주면 택배사를 통해 주소를 알아낼 수 있고, 시중은행 일부에서는 계좌 번호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내에 정보 제공자가 있다는 암시다. 지난달 구속 기소된 보복 대행 일당은 배달의민족 외주 협력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범행에 필요한 주소지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보 유출 통로로 의심되는 택배사와 공공기관 등 40여 곳을 최근 압수수색했다.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최근 일어난 보복 대행 사건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이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