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서 최태원-구광모-이해진과 ‘삼소 회동’
젠슨 황 “아임 헝그리”…崔회장-李의장 사이에 앉아
깻잎-김치-파절임 곁들인 쌈 먹은뒤 두 주먹 불끈
식당 돌아다니며 시민-어린이들과 셀카도
소맥 제조법 설명 들으며 숟가락으로 잔 두드리고
“치어스! 고 코리아! SK LG 네이버!” 건배 제안
식당 밖 시민들에게 ‘HBM 칩스’ 과자 나눠주기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을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고깃집에서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삼겹살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첫날 일정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고깃집에서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가졌다. 네 명의 CEO가 이끄는 기업, 그룹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9700조 원 가까이 된다. 거의 ‘1경 원’ 짜리 저녁 테이블이 만들어진 셈이다.
5일 황 CEO는 이날 오후 7시 10분경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집 ‘형님 저요’에서 최태원·구광모 회장, 이해진 의장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날 모인 네 CEO가 이끄는 기업 및 그룹의 시가총액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엔비디아의 시총은 약 8280조 원이다.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은 1139조 원으로 추정된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은 약 223조 원, 네이버는 40조~41조 원 정도다. 모두 더하면 약 9684조 원으로 ‘1경 원(10,000,000,000,000,000원)’ 가까이 된다.
황 CEO가 도착하기 전,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 이해진 의장은 먼저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눴다. 세 사람은 서로의 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분위기를 풀었고, 이내 잔을 맞부딪치며 건배했다.
테이블 위에는 소주와 맥주 등이 놓여 있었고, 이들은 대화를 이어갔다. 격식을 갖춘 공식 회동이라기보다 편안한 저녁 식사 자리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삼겹살 음식점 ‘형님저요’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기다리고 있다. 2026.6.5 뉴스1 ‘삼소 회동’ 현장은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고, 최태원 회장은 팬으로 추정되는 시민의 요청에 응해 사인을 해주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식당 안에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거나 인사를 건네며 현장 분위기는 한층 활기를 띠었다. 주변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만찬을 준비했다.
대화는 주로 최 회장이 이끄는 모습이었다. 최 회장은 손짓을 곁들여가며 이야기를 이어갔고, 맞은편에 앉은 구광모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이해진 의장 역시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차분히 듣는 시간이 많았다.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과 만찬 회동을 위해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2026.6.5 서울=뉴스1
5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삼겹살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이후 황 CEO가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있던 취재진과 시민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검은색 제네시스 차에서 내린 황 CEO가 주변에 손을 들어 인사하자, 현장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황 CEO는 밝은 표정으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합류했다. 입국 당시 착용했던 딥블루 디올 재킷 대신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식당 안에서 시민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기도 했다.
황 CEO는 식당으로 들어서며 “만나서 반갑습니다. 배가 고프네요(Nice to meet you, I‘m hungry)”라고 말해 주변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황 CEO는 최 회장과 이 의장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네 사람은 맥주잔을 들어 건배한 뒤 식사를 시작했다.
젠슨 황 엠비디아 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이해진 네이버 의장(뒤줄 오른쪽)을 만나 ‘삼겹살 회동’을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식사가 시작되자 황 CEO는 삼겹살에 깻잎과 김치, 파절임을 곁들여 쌈을 싸 먹었다. 한국에서 한국식 삼겹살을 맛본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황 CEO의 행동에 회동은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젠슨 황 엠비디아 CEO가 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앞줄 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오른쪽), 이해진 네이버 의장(뒤줄 오른쪽)을 만나 ‘삼겹살 회동’을 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건배 후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황 CEO는 손으로 ‘OK’ 표시를 해 보였고, 입 모양으로는 “판타스틱(Fantastic)”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참석자들 중 가장 젊은 구 회장은 식사 내내 집게를 자주 집어 들고 고기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삼겹살을 뒤집고 먹기 좋게 자르는 역할도 주로 구 회장이 맡았다. 직원을 불러 추가 주문을 하는 것도 구 회장이었다. 구 회장은 자연스럽게 ‘막내’ 역할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네 사람은 별도의 통역 없이도 대화를 활발히 이어가며 도중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황 CEO는 대화 중 직접 맥주병을 들어 참석자들의 잔을 채워주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삼겹살 음식점 ‘형님저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회동을 하고 있다. 2026.6.5 뉴스1식사 도중 황 CEO는 식당 안에 있는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응했다. 이어 식당 안을 돌아다니며 황 CEO가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자 나머지 세 사람은 식사를 이어갔다.
식사가 무르익자 테이블 위에는 참이슬에 이어 카스와 테라 맥주도 등장했다. 불판이 새것으로 교체된 뒤 구 회장은 다시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또 고깃집 직원이 황 CEO에게 이른바 ‘소맥’ 제조법을 설명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황 CEO는 소맥 제조에 관심을 보이며 직접 숟가락으로 잔을 두드리는 등 한국식 폭탄주 문화를 체험했다. 잔을 들어 올린 그는 “치어스(Cheers)! 고 코리아(Go Korea)! 고 에스케이(SK)! 고 엘지(LG)! 고 네이버(Naver)!”를 외치며 건배를 제안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는 황 CEO의 장녀이자 엔비디아 로보틱스 마케팅 총괄인 매디슨 황 수석 이사의 모습도 포착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삼겹살 음식점 앞에서 시민들에게 HBM칩스 과자를 나눠주고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식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 예상치 못한 장면도 연출됐다.
이들은 미리 준비했던 흰색 박스를 들고나와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게 선물을 직접 나눠줬다.
해당 선물은 ‘HBM 칩스’로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함께 출시한 ‘허니바나나맛’ 과자다. 반도체 칩을 본뜬 사각형 형태로 제작됐다. 선물을 받은 시민들은 환호하거나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일부 사람들은 “젠슨황!”을 연호했다.
황 CEO는 시민들에게 HBM 칩스를 나눠준 뒤 “More HBM! More HBM! (HBM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이어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하고 있어 한국에 왔다”며 “한국은 매우 잘하고 있다. 한국의 파트너들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한국에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며 “오늘은 믿을 수 없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한국 AI(인공지능) 기술센터 설립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한국의 AI 연구 엔지니어, 로봇 공학자들을 채용 중이며 이들은 우리의 모든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연구원이나 엔지니어를 아신다면 이곳에 일하러 오라고 전해 달라”고도 했다.
또 황 CEO는 “한국에 큰 선물로 엔비디아의 4개 새로운 사업을 가져왔다”며 “아주 큰 신규 사업들이고, 한국은 정말, 정말 바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가지 선물에 대해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베라 루빈, 베라 중앙처리장치(CPU), 엔비디아의 첫 AI 노트북 라인업 ‘RTX 스파크’,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AI를 위해 설계된 최첨단 AI 엣지 슈퍼컴퓨터 ‘젯슨 토르’”라고 소개했다.
구 회장은 이날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편안한 자리라 친목을 다졌다”며 “아무래도 월요일에 따로 미팅이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게임 이야기도 나눈 것 같았다’는 물음에 구 회장은 웃으며 “PC방에 다녀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황 CEO가 갑자기 다가와 구 회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He’s a good friend(그는 좋은 친구다)”라고 말했다.
네 사람은 고깃집 인근 노래방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삼겹살을 오랜만에 먹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구 회장은 “자주 먹는데, 오랜만에 구워봤다”고 답했다. 이후 ‘2차는 어디로 가느냐’, ‘노래방에 가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구 회장은 “대세에 따라야죠”라고 답했다.
시민들에게 선물을 나눠준 뒤 네 사람은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왔고, 황 CEO는 이후에도 시민들의 사인 요청에 응했다. 이 과정에서 흰색 티셔츠를 입은 한 시민이 등을 내밀자 황 CEO가 티셔츠 뒷면에 직접 사인을 해주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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