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중견 게임사가 미국 애플 본사를 상대로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의 집단소송을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23일(현지시간) 제기했다. 구글 및 애플 애플리케이션(앱) 장터를 이용하는 국내 게임사가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건 사상 최초다. 이 회사는 조만간 구글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게임사가 구글과 애플에 지급한 인앱결제 수수료는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장의 원고에는 국내 게임사와 미국 게임사, 한국전자출판협회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이름을 올렸다. 구글과 애플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국내외 앱 개발사에게 사실상 강제하는 ‘인앱결제’가 미 연방 반독점법, 미 캘리포니아주의 불공정거래법, 한국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이들은 국내에서 피해를 본 다른 기업의 ‘대표’ 격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동아일보가 확보한 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5월 23일부터 애플의 반경쟁적 행위의 영향이 끝날 때까지 애플 앱스토어 내 iOS 앱을 전세계에 판매한 모든 한국 내 기업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인앱결제는 앱 이용자들이 유료 결제를 할 때 구글·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최대 30%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지만 수수료가 27%가량으로 여전히 높고, 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까지 더하면 30%가 넘어가기에 사실상 실익이 없다. 두 기업의 앱 장터를 이용하는 콘텐츠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수수료”라며 전세계에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 내에서의 판결이 결정적이었다. 미 법원은 2021년 애플의 30% 수수료 부과가 부당하게 높다고 지적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27%에 달하는 외부 결제 수수료에 대해서도 부당하고 초경쟁적이며 이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구글에 대해서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최대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강제했던 것은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평결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감정인 진술에 따르면 실제 구글의 인앱결제 소요비용은 4~6%, 최대 10%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내부문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은 기업들에게 ‘언론 기사 등으로 손해 발생을 알고도 빠르게 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청구태만’을 이유로 ‘청구권 기각’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소송은 이러한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진행됐다. 소송을 대리하는 위더피플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80여개의 국내외 게임 및 앱 개발사는 집단소송과 별도로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집단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 손해배상은 집단조정 절차를 통해서 진행될 전망이다. 집단소송으로 4개 업체뿐 아니라 국내 모든 업체들이 청구태만 등에서 자유롭게 한 뒤에, 집단조정을 통해 실제 손해배상을 받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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