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분리배출… ‘작은 행동’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한다[기고/김완섭]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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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날]

김완섭 환경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
오늘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97년 이후 28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행사가 개최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기와 수질오염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환경에 대한 관심과 투자로 환경이 개선된다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이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견해가 있다. 소득 증가와 함께 플라스틱 소비는 늘고 있으며 OECD는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량이 2060년까지 약 3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싸고 가볍고 튼튼해서 포장재에서부터 의류, 자동차 내장재까지 우리 생활 어디에서나 쓰이고 있다. 문제는 플라스틱 오염이다. 너무나 편리한 나머지 너무 많이 쓰이고 버려져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환경의 날을 개최한 1997년 찰스 무어 선장이 처음 발견한 태평양의 플라스틱 섬은 점점 커져서 우리나라 면적의 16배에 이르고 있다.

자연에 유출된 폐플라스틱은 생태계를 교란하고 잘게 쪼개져 먹이사슬로 유입되면서 우리의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우리는 피해자인 동시에 원인 제공자이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해결자도 우리여야만 한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 공동의 도전과 모두의 행동’이라는 주제로 올해 세계 환경의 날 행사가 우리나라 제주에서 개최되는 이유다.

플라스틱 오염은 국경을 넘나드는 전 지구적 문제다. 선진국뿐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도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처럼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소모품으로 사용돼 버려진다면 멀리 태평양 섬나라뿐 아니라 행사가 개최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도 훼손될 것이다.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기술, 전문성, 시민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게다가 각 국가의 경제적 여건, 사회적 특성, 문화적 배경이 한데 얽혀 있어서 너무나 복잡한 문제다.

이번 세계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나라는 글로벌 순환경제 실천을 위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한다. 개도국에 대한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협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국가별 여건이 천차만별이라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관련 법규가 없는 경우, 플라스틱 수거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없는 경우, 기술과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 대한 해법은 각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고 협력 국가별로 맞춤형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기술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 가능한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순환경제 전략의 핵심이다. 변화는 편안함의 경계를 벗어날 때 시작된다. 플라스틱을 분리배출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우리의 작은 행동이 쌓여 변화를 이끌고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 플라스틱 오염이 우리를 끝내기 전에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야 한다.

#세계 환경의 날#플라스틱 오염#환경 쿠즈네츠 곡선#폐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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