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서구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던 황대하 소방교가 20대 여성을 첨단대교에서 구조하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오직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귀가하던 중 다리에 매달린 여성을 살리다 부상 당한 소방관 황대하 씨(30·사진)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6일 오후 11시경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집 앞에서 부인을 만나기로 했었다고 한다.
황 씨는 집 인근 광주 북구 오룡동 첨단대교를 걸어가던 20대 여성 A 씨가 발끝으로 다리 밖 난간 모서리에 위태롭게 서 있는 것을 봤다. A 씨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고 또래 남자친구는 난간 안에서 옷깃만 겨우 잡고 버티고 있었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신 것 같았다고 했다.
광주 북구와 광산구를 잇는 왕복 8차선인 첨단대교는 높이 10~13m, 길이 385m 규모다. 첨단대교는 영산강 상류라 강보다 하천 둔지가 많아 추락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황 씨는 첨단대교 주변 상황을 알고 있어 애가 탔다. 그는 A 씨를 붙잡은 뒤 다리 안쪽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 2분 동안 안간힘을 다했다. 다리 난간 폭이 좁아 까치발을 해가며 구조했다. 구조한 이후 5분 정도 A 씨를 안정시키며 119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황 씨는 A 씨가 안전하게 이송되는 것을 보고 귀가했다. 그러다 다음날인 17일 출근하려고 준비하던 중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느꼈다. 긴박하게 구조작업을 하다 다친 줄도 몰랐다. 병원 진료 결과, 오른쪽 무릎 인대와 근육파열이라는 전치 2주 부상을 입고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18일 광주 서구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던 황대하 소방교가 20대 여성을 첨단대교에서 구조하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황 씨는 광주 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에서 소방교로 근무하고 있다. 5년 동안 화재·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했다. 부인 김미현 씨(32)는 광주 광산소방서 구급대원이며 아버지는 소방관으로 정년퇴직한 소방 가족이다. 황 씨는 “어릴 적부터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며 “위험한 상황에 처한 시민들을 보면 항상 달려가 구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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