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있다. 2025.7.24 뉴스1
태양 열기에 살이 익는 느낌이 들어서 썼는데 차이가 크더라고요.
요즘에는 점심 먹으러 1분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꼭 쓰고 나가요.
오전부터 기온이 30도를 넘으며 ‘괴물 폭염’이라는 말이 뉴스에 오르내리는 요즘. 30대 직장인 이 모 씨(여)에게 양산은 ‘생존 아이템’이 됐다.
영어 강사로 일하는 조나영 씨(30대·여) 역시 스스로를 ‘양없죽’(양산 없으면 죽는 사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10년 넘게 양산을 애용한다는 그는 “예전에는 머리카락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지만 양산 유무에 따른 온도 차이를 보여주는 뉴스를 보고 무조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양산을 고를 때 겉은 밝은색, 안에는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재질로 된 것을 선택하는데 여름에는 소나기가 많이 오니 양·우산 겸용인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무더위가 이어진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체험존에 관광객들이 양산을 쓰고 대기하고 있다. 2025.7.4 뉴스1
양산은 한때 사전에서조차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으로 정의됐다. 하지만 이제는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외출할 때 양산을 자주 찾게 된다는 20대 김 모 씨는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나 여자분들이 햇볕에 피부가 타는 게 싫어서 쓴다고 생각했는데 2년 전부터 한낮에는 도저히 양산 없이 돌아다니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가 굳이 양산을 쓰나?’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한번 써보라고 얘기하고 싶다”며 “쓰면 확실히 다르다. 숨이 막힐 정도로 푹푹 찌는 건 막아준다”고 권했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양산은 체감온도를 최대 10도까지 낮춰줄 수 있다. 일본 환경성도 “양산이 발한량(땀을 흘리는 양)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며 “이는 10m 간격으로 가로수를 세울 때의 효과와 필적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단 양산을 쓴다고 모든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피부과 전문 저널인 JAMA 더마톨로지는 양산이 대기에 산란한 햇빛이나 반사광까지 모두 막아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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