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폭염-산불 ‘이상 기후’에 신음하는 지구촌
기후변화로 잦아진 홍수와 폭염… 지난달 농지 침수 등 수 천억 피해
정부 ‘AI 댐 방류 시스템’ 구축 추진… ‘극한 폭염’ 대비 위한 제도 마련도
기후변화로 한반도에 폭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다. 올여름 경기 가평을 비롯한 수도권 북부와 충남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6일까지 전국에서 34명이 숨졌다. 체감 온도 33도를 넘나드는 ‘극한 폭염’도 이어져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5일 기준 20명에 달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기반 홍수 피해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가뭄과 이상고온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잦아진 극한 홍수와 폭염
2014∼2023년 홍수로 연평균 13명이 숨지고 2579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 여름에는 12시간 동안 11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15회 발생했고 2022년 8월에는 서울에 시간당 141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지난달 16, 17일 충남 서산에는 519mm의 비가 쏟아졌다. 20일 경기 가평에는 새벽 새 집중 호우가 발생해 10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이달 초 기준 집중호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34명, 실종자는 2명이다.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및 건축물, 농지 침수로 인한 재산 피해도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중순 쏟아진 폭우로 전남 지역에서만 총 1045억97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장마철 호우로 발생한 재산 피해액은 총 3182억 원이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와 사망자도 늘고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이달 5일까지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3306명에 달했고 이 중 사망자는 2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환자는 1608명, 사망자는 3명 더 많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27.1도로 1994년 7월(27.7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다.
● 정부, AI 기반 홍수 피해 방지 대책 발표
정부는 기후변화로 달라진 홍수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홍수 피해가 빈번한 지역을 중심으로 맞춤형 대책을 수립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등은 올해 5월 말 관계 부처 합동으로 ‘홍수 피해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댐과 보, 하굿둑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운영하는 통합 물관리 대책을 수립했다.
핵심은 AI 기반의 댐 방류 시스템 구축이다. 예측 강우량과 실시간 하천 수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댐 방류 여부를 판단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기관 간 방류 기준과 예측 모델도 통합 운영한다. 예비 방류 시점과 방류량,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새로 도입해 방류의 예측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홍수기(6∼9월)를 앞두고 총 68억 m³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고, 주요 댐의 제한 수위를 전년보다 하향 운영하기로 했다. 홍수기 연속 강우에 대비하기 위해 댐 유역의 강우 예보 기간은 3.5일에서 4일로 늘리고, 시간당 1회 갱신되는 초단기 예보도 활용한다. 이 외에도 국가하천의 영향을 받는 지방 하천 정비는 정부가 직접 추진하고, 홍수기 전까지 하천변 수목 제거와 제방 보강, 준설 사업 등을 선제적으로 하기 위한 매뉴얼도 정비한다. 내년까지 수위관측소는 현재 933곳에서 978곳으로, 폐쇄회로(CC)TV는 현재 388곳에서 523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가뭄과 이상고온 대응책으로 댐 물배분 개선, 산업현장 폭염휴식 제도 운영, 지방자치단체 ‘쿨링센터’ 확대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건설업 등 폭염 취약 소규모 사업장에 이동식 에어컨, 제빙기 등 온열질환 예방 장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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