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케이티 광화문빌딩에 있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주가조작에 참여해 8억1000여만 원을 챙겼다. 단순 방조자가 아닌 공모자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7일 김 여사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 혐의 등으로 청구한 구속영장 청구서엔 이 같은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함께 주가조작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래로 수사기관이 김 여사가 거둔 부당 이득의 액수를 특정한 건 처음이다.
● “수익 40% 약정은 이례적, 공범으로 봐야”
민중기 특검 명의로 청구된 A4용지 20여 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특검은 김 여사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행에 가담해 총 8억1000여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를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을 정해 놓고 주식을 매매하는 ‘통정거래’를 비롯해 총 3700여 차례 매매 주문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적시했다고 한다.
특검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기간이었던 2010년 10월경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 수익금의 40%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20억 원이 든 미래에셋증권 계좌를 맡겼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이 범행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을 댄 ‘전주(錢主)’ 역할을 했다는 것이 특검의 시각이다. 구속영장엔 김 여사가 이 전 대표 측과 약정한 40%의 수수료는 이례적으로 높은 액수이며, 김 여사는 단순히 계좌를 빌려준 방조범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한 공범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김 여사는 “계좌만 빌려줬을 뿐 주가조작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는 방식으로 수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해당 내용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당시 대선을 앞두고 명 씨에게 먼저 여론조사를 의뢰해 총 50여 개의 비공표 및 공표 여론조사를 제공받았고, 이와 관련한 비용이 총 2억7000여만 원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이다. 특검은 이 같은 무상 여론조사의 대가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주려고 제21대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 특검 “휴대전화 변경 등 증거인멸 우려”
특검은 김 여사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의 청탁을 받은 뒤 샤넬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았다고 적시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이 6000만 원대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한 뒤 전 씨에게 “여사님이 비싼 것을 받고도 말이 없다”고 한 연락 내용 등을 근거로 이 같은 금품들이 실제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영장엔 김 여사가 전 씨로부터 ‘샤넬백’ 등을 전달받은 대통령실 전 행정관들과 여전히 함께 근무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들과 말을 맞추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특검은 구속영장에서 병원 치료를 받아 온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해 수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며 도주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12일 오전 10시 10분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12일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원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했던 이 전 대표가 “구속 결정이 적법하지 않다”며 낸 구속적부심 청구를 이날 심사를 거친 뒤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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