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청심평화월드센터에서 열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창시자 문선명 총재 천주평화 5주년 기념 성화축제 및 2만4000쌍의 효정 국제합동축복결혼식‘’에서 한학자 총재가 성혼문답을 낭독하고 있다. /2017.09.07 세계일보 제공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통일교 내에서 ‘메모왕’으로 꼽혔던 전 교단 지역 책임자(지구장)의 수첩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첩의 주인인 전 지구장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기소)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뒤 국민의힘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이 수첩에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발언 등이 메모 형태로 적힌 사실을 파악하고,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직적 지지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충청 지역을 맡았던 전 3지구장 유모 씨의 수첩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평소 자신의 일정, 한 총재의 발언 등을 수첩에 상세히 기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교는 지구장들이 담당하는 지역이 모두 다른데, 1지구장은 서울·인천, 2지구장은 경기·강원, 3지구장은 충청, 4지구장은 전라, 5지구장은 경상 지역을 맡고 있다.
수첩엔 통일교 한 총재가 지구장들을 모아놓고 나눴던 이야기 등이 상세히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유 씨 수첩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한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조직적 지지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한 총재는 2022년 3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통일교 간부 120여 명과 모임을 하면서 “하늘 섭리를 5년 뒤로 미룰 것이냐, 앞당길 것이냐, 너희가 잘 판단하라”며 “이 정부는 많이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한 총재의 발언에 대해 일부 지구장들은 특검 조사에서 “(한 총재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라는 말은 없었고, (투표는) 각자 판단에 따라서 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국민의힘 청탁 의혹 등과 관련해)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교 청탁 의혹 등이 불거진 뒤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특검은 향후 통일교 청탁 등과 관련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조만간 한 총재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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