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
김건희 특검, 한학자 신병 확보
대형 종교단체 지도자 첫 구속… 통일교-정치권 유착 입증에 주력
교단측 김건희 접근 배경도 주목… 與 “실체 드러나면 정당해산 사유”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휠체어를 타고 나와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한 총재는 23일 구속돼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23일 구속되면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통일교 ‘정교유착’ 관련 수사도 탄력을 받고 있다. 특검이 한 총재가 20대 대선 과정에서 추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는지 확인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교인을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켜 각종 선거에 개입한 정황까지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특검, 통일교-정치권 유착 관계 수사 확대
특검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금품 수수 혐의를 파헤치다 통일교가 현안 청탁을 위해 금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한 ‘투 트랙’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던 정황을 포착하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구속 기소) 등 정치권을 겨냥한 수사까지 이어졌다.
통일교 측은 정치권 현안 청탁의 창구 역할을 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구속 기소)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은 정교유착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의혹의 정점인 한 총재까지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3대 특검 출범 이후 종교 지도자를 구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종교 지도자들이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적은 있지만 정치권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적은 없었다.
한 총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국민의힘에 대한 통일교의 조직적 당원 가입 의혹 등을 수사해 정치권과 통일교 간의 유착 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최근 국민의힘 당원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외부 업체를 압수수색해 통일교인으로 추정되는 11만여 명 규모의 국민의힘 당원 명단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중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그 결과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인은 350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신규 당원 외에 기존 통일교인 당원도 동원해 2022년 대선 경선을 비롯해 2023년 전당대회 등 각종 선거에 통일교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앞서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 3주 뒤인 2022년 3월 30일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께 감사 말씀을 꼭 전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김 여사가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매우 컸던 통일교와 상생 관계를 형성하려 통일교를 접촉했다”고 김 여사 공소장에 적시했다.
한 총재 지시를 받은 통일교 지구장들이 대선 직후 “참어머님(한 총재)께서 진두지휘해 주셨기에 하늘이 축복한 후보 당선”이라고 표현한 ‘참부모님 서신보고’ 문건 등도 선거 개입 정황이라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통일교는 공적개발원조 예산 등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통일교가 철저히 교단의 이익을 위해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통일교 후계 다툼 과정에서 한 총재가 아들을 견제하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탁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검은 한 총재가 2022년 2∼3월 권 의원에게 추가 금품을 공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이어 가고 있다. 권 의원은 23일 조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두 번의 조사를 통해 충분히 진술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나오지 않았다.
● 與 “의혹 사실이면 위헌 정당 해산 사유”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은 정교유착 국정농단의 실체를 끝까지 밝혀 달라”며 공세를 펼쳤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정교유착은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 범죄”라며 “권 의원에 이어 한 총재 구속은 헌법 유린과 국정 농단 실체를 밝혀낼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교로 끝나면 안 된다. 윤석열-신천지, 국민의힘-신천지 유착 의혹도 계속 점증하고 있다”고 촉구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라디오에서 통일교인 입당 의혹에 대해 “정당법 위반으로 처벌은 불가피하고, 유죄로 확인되면 헌법 위반 여부도 따져 볼 문제”라며 “위헌 정당 해산의 주요한 사유로 추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대한민국에는 종교의 자유와 정당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특정 종교만 정당 가입을 허용하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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