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폭언-신체 접촉에도 달랑 ‘경고’, 이런 이유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1일 1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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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징계 규정에 해임만 명시돼
견책-정직-감봉 등 중간단계 처분 못내려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이 직원에게 폭언하고 ‘신체적 접촉’도 했으나 경고 처분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임원의 경우 징계 규정에 해임만 명시돼 견책, 정직, 감봉 등을 내릴 수 없다. 경고 처분도 해당기관의 징계 규정을 따른 것이 아니라 정부 감사 규정을 넓게 적용한 것이다. 공공기관 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을 조정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한국보건복지인재원 기관장 복무위반(품위유지)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한국보건복지인재원장은 지난해 11월 7일 팀장급 직원에게 폭언했다.

복지부 감사자문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조사한 뒤 “직원에 대한 원장의 폭언 사실은 피해자와 관계자, 원장의 진술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폭행과 관련해서 원장과 직원의 진술이 엇갈리고 제3자의 증원이나 물증이 없어 폭행 사실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감사자문위원회는 “정황적 사실관계를 고려할 때 신체적 접촉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감사자문위원회는 이와 함께 원장이 직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만나려 한 행위를 2차 가해로 봤으며, 평소 원장이 주간회의 및 업무 보고 시 회의 석상에서 책상을 두드리거나 반말로 직원에게 폭언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자문위원회는 “원장의 행위가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것이 인정된다”며 “기관장으로서 품위손상 행위를 하였다고 판단되나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돼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 경고 조치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원장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공공기관의 임원 정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지며 해당 법률에는 기관장 등 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으로 해임만 명시돼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감사자문위원회에서는 해임과 경고 사이의 처분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징계 규정이 없어 중간 단계의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인재원은 원장이 직원에게 사과문 등을 발표했으며 지난달 29일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직서 수리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소 의원은 “기관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장이 직원에게 폭언을 일삼고 폭행 의혹에 2차 가해까지 인정됨에도 규정이 미비해 ‘경고’로 그친 건 심각한 제도적 허점”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징계 규정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보건복지인재원#공공기관장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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