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박리, 백내장과 함께 발견될 때 치료 전략 잘 세워야[기고/이주용]

  • 동아일보

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62세 여성 환자가 오른쪽 눈에 떠다니는 점과 실 같은 비문증, 시야 일부가 가려지는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증상은 2주 전부터 서서히 진행됐는데, 안과 정밀 검사 결과 오른쪽 눈 아래쪽 망막 7시 방향에서 열공(망막 찢어짐)이 확인됐으며, 해당 부위를 중심으로 망막이 박리된 상태였다. 망막 빛 간섭 단층촬영 검사(OCT)에서는 망막 중심부인 황반 근처까지 망막이 떨어진 소견이 나타났다. 즉, 이 환자는 망막박리가 이미 진행 중인 상태였고, 양쪽 눈에 초기 백내장도 동반돼 있었다.

이 환자처럼 백내장과 망막박리가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에서는 상대적으로 발생률이 높아진다. 망막박리는 안과 응급질환 중 하나로 분류되는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상태가 빠르게 악화돼 시력 저하는 물론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려우므로, 수술이 필요하다면 다른 안 질환이 있더라도 지체 없이 망막 수술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망막박리 수술 후 백내장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망막박리 수술에는 망막을 제자리로 다시 붙이기 위해 가스나 실리콘 오일 등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수정체에 영향을 미쳐 백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수술 시 사용하는 조명이나 유리체 절제술 등도 백내장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백내장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망막 수술과 동시에 백내장 수술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두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면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아지고, 반복되는 수술로 인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위의 환자 또한 초기 백내장이 확인된 상태에서 두 수술을 동시에 시행해 시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진단이 늦거나 치료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될 경우다. 나이가 들면 노안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노화로 인한 증상으로 생각하고 병원 진료를 미루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백내장과 같은 안질환이 하나 발견되면 모든 증상을 그 질환 탓으로 돌려 다른 질환의 발견이 늦어지기 쉽다. 그러나 백내장 외에도 다른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증상을 꼼꼼히 살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와 같은 망막질환이 생기면 비문증이나 광시증, 시야 일부가 커튼처럼 가려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망막질환과 백내장이 동시에 발견된 경우, 무조건 두 질환에 대한 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필요는 없다. 망막박리와 같은 응급 질환이라면 즉시 수술을 진행해야 하지만, 백내장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무조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백내장은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돼 수술 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망막 상태를 우선 안정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백내장 상태를 판단하여 수술 여부를 정해야 한다.

이처럼 백내장과 망막질환이 함께 있을 때는 수술 계획이 더욱 복잡해지고, 예기치 못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양쪽 분야 모두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상의하고, 협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내장과 망막질환이 동반되면 치료 순서를 잘못 정하거나 진단이 지연되면 시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조기에 안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주용 혜안서울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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