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서장이 예하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에게 교통 단속 실적을 지시하면서 팀별 성과를 공개하자, 한 파출소장이 “우리는 실적이 필요한 영업사원이 아니다”라며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경찰서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며 직원들에게 사과했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박병준 서장의 지시로 지난달 초부터 ‘5대 반칙 운전 단속 현황표’를 작성해 지구대·파출소에 배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황표에는 각 팀장 이름과 단속 건수가 기재돼 팀별 실적이 공개됐다.
‘5대 반칙 운전’은 △새치기·유턴 △지정차로 위반 △꼬리물기 △끼어들기 △비긴급 차량의 구급차 이용 등 교통 질서를 저해하고 사고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위반 행위다. 경찰은 지난달 1일부터 전국 단위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서장의 지시가 단순한 단속 독려를 넘어, 팀별 ‘실적 줄 세우기’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112 신고 처리, 민원 상담, 순찰을 주 업무로 하는 지구대·파출소 직원들까지 교통 단속 성과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박 서장은 “팀별 실적이 크게 차이 나면 감찰 조사를 할 수 있다”거나 “승진 점수에 단속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공개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자, 지역 파출소장 중 한 명이 정면으로 반발했다. 유근창 마산동부서 삼계파출소장(경감)은 최근 전국 경찰이 볼 수 있는 내부망에 글을 올려 박 서장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승진을 원하는 직원들끼리 단속 건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너무 끔찍하다”며 “지구대·파출소 직원들이 자괴감에 빠져 힘들어한다. 이러한 과잉 단속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고 적었다. 유 소장의 글에는 1일 현재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공감을 얻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박 서장은 “감찰을 언급한 것은 오해이고, 다 같이 잘해보자는 취지가 직원들에게 잘못 전달돼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지난달 30일 전 직원들에게 공개 편지를 통해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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