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간 데이터센터도 불안… 배터리 붙여놓고 서버와 같이 보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3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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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곳중 73곳서 문제 지적
서버 분리 안 된 국정자원 닮은꼴… 10곳은 불나도 원격 전원차단 못해
“법 바꿔도 현장 안지키면 효과 없어”
정부 “국정자원 전원 연휴내 복구”

롯데이노베이트 데이터센터 화재 2일 오전 4시 59분경 대전 유성구 장동의 롯데이노베이트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로 비상전원장치(UPS) 모듈이 불탔으나, 30분 만에 진화한 덕에 전원공급용 배터리와 데이터 저장장치 등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대전소방본부 제공
롯데이노베이트 데이터센터 화재 2일 오전 4시 59분경 대전 유성구 장동의 롯데이노베이트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로 비상전원장치(UPS) 모듈이 불탔으나, 30분 만에 진화한 덕에 전원공급용 배터리와 데이터 저장장치 등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대전소방본부 제공
국내 주요 민간 데이터센터 8곳은 서버 등 전기 설비와 리튬 배터리를 나란히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곳은 불이 나도 원격으로 전원을 끊을 수 없고, 27곳은 배터리끼리 촘촘히 붙어 있는 상태로 파악됐다.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를 불러온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과 흡사한 구조로, 비슷한 화재가 날 경우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주요 데이터센터 88곳 중 73곳서 지적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과기정통부는 전산실 면적이 500㎡ 이상인 대형 데이터센터 88곳을 대상으로 배터리 화재 확산 방지, 풍수해 대비 방안 등을 점검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유발한 2022년 10월 경기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리튬 배터리 규제 조치를 시행한 뒤 첫 점검이었다.

점검 결과 88곳 중 73곳에서 배터리-서버 분리 보관 위반, 적정 이격거리 미확보 등 265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다. KT클라우드와 LG유플러스, 삼성SDS, 네이버 클라우드 등 주요 업체도 여기에 포함됐다.

문제는 이 중 47곳이 올 7월 18일까지 여전히 지적 사항을 보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20kWh(킬로와트시)를 초과하는 리튬 배터리의 경우 서버 등 전기설비와 다른 공간에 보관하도록 규정했으나, 이를 개선하지 않은 센터가 8곳이었다. 배터리 옆에 서버를 보관하고, 간격이 60cm에 불과했던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과 같은 구조다. 미국 등 해외에선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을 90cm 이상 띄워야 하고 불연성 차단벽도 세운다.

또 비상전원장치(UPS) 화재에 대비해 전원을 우회(바이패스)할 수 있는 설비를 두지 않은 센터는 8곳, UPS와 리튬 배터리를 같은 층에 보관하면서도 원격으로 전원을 끊지 못하는 센터는 10곳이었다. 리튬 배터리끼리 적정 거리를 확보하도록 한 조치를 어긴 사례는 27곳에 달했다. 이 밖에도 배터리와 UPS를 연결할 때 여러 전력선을 ‘문어발식’으로 설치한 사례, 배터리 화재에 대비한 급속 배기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례가 각각 6곳이었다. 방수, 배수 시설을 갖추지 않은 곳도 4곳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민간 데이터센터 화재도 잇따르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4시 59분 대전 유성구 롯데이노베이트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UPS 모듈이 소실됐다. 다행히 30분 만에 꺼져 전원 공급용 배터리와 저장장치의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다. 이 의원은 “법을 바꾸고 매뉴얼을 강화해도 현장에서 적용이 돼야 소용이 있다”며 “서버와 배터리의 안정적 분리 등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휴 안에 국정자원 전원장치 복구”

정부는 국가전산망 복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국 서버 청소업체를 동원해 국정자원 5층 전산실 장비를 분해·분진 제거·재조립하는 작업을 병렬로 진행하고 있다. 당초 2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 분진 제거는 5일까지 마칠 계획이다. 녹아내린 전원장치 수리도 한 달에서 열흘로 단축해 11일까지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일 낮 12시 기준 시스템 복구율은 17.3%로 장애가 발생한 시스템 647개 중 112개가 재가동됐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복구 속도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구 후에도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용대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이 나면 꺼지지 않아 다른 전기설비와의 분리가 필수”라며 “데이터센터 화재가 국가적 마비로 이어진 만큼 정례 점검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자원 화재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대전경찰청은 이날 국정자원과 배터리 이전 공사 관련 업체 3곳 등 총 4곳을 업무상 실화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공사 업체 PC와 계약 및 작업 서류, 배터리 로그 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센터#리튬 배터리#화재 위험#안전 점검#국가전산망#복구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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