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출근하며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구형보다 높은 형이 선고돼 개략적으로 봤을 때 크게 문제가 안 됐다”면서 “대검찰청이 항소 필요성이 있다고 했을 때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항소 포기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이 사건과 이 대통령이 무슨 관련이 있나”며 선을 그었다.
● 정성호 “성공한 수사-재판…신중히 판단하라 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도어스테핑(약식 문답)을 통해 “핵심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해 검찰은 징역 7년을 구형했지만 1심 재판부는 8년을 선고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끼쳐 송구하다”면서도 “성공한 수사, 재판이었다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구형량보다 더 나왔다는 것은 오히려 수사 검사가 제대로 구형했다는 것”이라며 “수사한 검사도 나름 최선을 다했고, 공판도 최선을 다해 공소유지해서 합당한 결과를 냈다. 일반적인 사건은 구형의 절반 이상 선고되면 항소하지 않으니까 문제되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정 장관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맨 처음 법원 선고가 나왔을 때 보고가 와서 ‘항소 여부는 신중하게 알아서 판단해라’고 맨 처음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 다음에 제가 알기로는 대검의 의견이 ‘항소 필요성이 있다’ 그렇게 보고 받은 걸로 안다”며 “두 번째 보고가 왔을 때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소 마감 기한이었던 7일 상황에 대해서 정 장관은 “대검에서 일선 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종합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이런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에서 출근하며 도어스테핑을 진행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 ‘종합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사실상의 수사 지휘 아니냐는 질문에는 “법무부 장관 취임할 때 구체적 사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안 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며 부인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에게 의견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도 “장관 취임 이래 노 대행과 직접 연락한 적이 없다”며 “법무부 차관 및 국·과장 등이 당시 국회에 보고하러 왔을 때 공개된 장소에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대장동 수사팀은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법무부 검찰국에서 (정성호) 장관에게 항소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장관과 차관이 이를 반대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이번 항소 포기와 관련해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있었다고 짚었다. 그는 “7일 오후 남욱 씨가 다른 재판 과정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이 사건의 수사 검사가 입에 담기 힘든, ‘장기를 꺼내야겠다’, 가족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협박했단 이야기가 나왔다”며 “유동규는 수사 협조 대가로 양형거래 아니냐 의혹도 제기됐다. 이 사건이 계속되면 오히려 더 정치적 문제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청 폐지, 수사권 박탈이라는 국민적 요구 속에 이런 정치적 사건 때문에 검찰이 매달려 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길에서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10 뉴시스
검찰의 내부 반발 관련해서는 “내란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석방하는 데 일선 검사들은 제대로 반박했나”라며 “일부는 했다지만 검찰총장이 항고하지 말라했을 때 아무도 말 안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팀에서 김만배 관련해서는 7년 구형했는데 형이 더 나왔다”며 “오히려 유동규 관련 본인(수사팀)들이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이나와서 (항소를) 한다 이런 의심도 가능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 “판결에서 대통령 관련 부분 없어…범죄수익 이미 2000억 몰수”
정 장관은 오히려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안타깝다”며 “중앙지검장의 위치가 가볍지 않다. 검찰이 처리해야 할 90%의 사건은 일반 서민들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선팔아 번 돈들 사기당했는데 처리 지연되고 덮어지고, 성추행 당했는데 조사 제대로 못하는 부분 등을 철저하게 보완 수사해서 국민들 마음에 칼찌르는 범죄자들이 잠 못들게 하자는 것이 법무 장관으로서 기본 입장”이라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2025.11.10 뉴시스
범죄 수익을 몰수 추징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몰수 추징은 피해자 없는 경우 국가가 대신한 것인데, 이 사건은 피해자가 있다”며 “일부 2000억 원 정도 이미 몰수 보전돼있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이미 피해자 민사소송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민사소송이 돼있기 때문에 공소 유지 잘 해서 항소심에서, (이익) 범위가 명확히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항소 포기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 관련해서는 “이 사건과 이 대통령이 무슨 관련이 있나”라며 “(대통령 사건은) 별개로 기소돼 재판이 중단돼있고, 관련 성남 공무원들도 따로 재판을 받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판결에서 대통령 관련 부분은 없었다”며 “대통령이 관련 됐다면 오히려 제가 따로 의견을 냈을 수 있는데 (전혀 관련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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