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입구에서 최근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것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2025.11.10/뉴스1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김만배 씨 일당에 대해 “항소해야 한다”는 대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두 차례 이런 의견을 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이유가 윗선의 외압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 장관은 이례적으로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20분 넘게 답하며 대검 보고 과정과 자신이 전달한 의견 내용 등 사실관계를 상세하게 밝혔다.
● 檢 “항소 필요” 두 차례 보고에 鄭 “신중 판단하라”
정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장동 일당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고된 이후 법무부 참모들을 통해 판결 선고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엔 항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정 장관도 “항소 여부는 신중하게 알아서 판단하라”는 원론적인 의견만 전달했다고 했다.
3, 4일 뒤 정 장관은 대검으로부터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항소에 대한 의견을 검찰에 전달했다. 정 장관은 “법리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측면도 있었고 검찰 구형량보다 선고가 높게 나온 부분도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2025.11.10. 과천=뉴시스이어 항소 시한이었던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출석을 위해 국회에 머무르고 있던 정 장관은 또 다시 “일선 부서에서 항소하려고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때도 정 장관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누구를 통해 보고를 받고 의견을 전달했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법무부 차관도 있고, 국장도 있고, 과장도 있다”며 “참모들이 보고 들어왔을 때 법무부 대기실 공개된 장소에서 얘기했다”고만 했다. 이어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취임 이래 사건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한 적은 한번도 없다”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반면 노 권한대행은 이날 대검 연구관들에게 “7일 오후 8시쯤 법무부에서 ‘항소를 하면 안 되겠다’고 했다”고 말해 사실상 법무부에서 반대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주장했다. 노 권한대행은 “용산(대통령실)과 법무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했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 사건이 이 대통령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이 재판과 관련해서도 법원에서 분명히 대통령과 관련해 어떤 판결 이유에도 설시된 바 없다”고 말했다.
● “서면 통보 없이 사실상 수사지휘권 행사”
법조계에선 “현직 장관이 법으로 정해진 절차도 밟지 않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권한을 행사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신중 검토’를 주문한 것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항소를 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한 현직 검사장은 “수사팀과 대검은 검찰 내부 예규와 그동안의 관행, 이 사건에서의 항소 필요성 등을 꾸준히 제기했는데 두 차례나 ‘신중하라’는 답변을 받은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항소하지 말라’는 수사 지휘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의견을 낸 것 자체가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찰청법 8조의 도입 취지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장관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의견을 대검에 전달하면서도 구체적인 공문 등을 보내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위반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장관이 항소 여부와 관련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결국 책임져야 할 것은 총장”이라며 “총장이 그런 지시를 받으면 ‘문서로 정식 수사지휘를 해주십시오’하거나 자기 판단 하에 항소했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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