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작성한 ‘희망편지’ 한 통이 나눔의 시작이 됐고, 한 청년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대학생 김경빈 씨(22)의 이야기다.
김 씨는 굿네이버스 희망편지쓰기대회 참여 이후 해외 아동 1:1 결연 후원을 시작했다. 성인이 된 뒤에는 아르바이트로 직접 후원금을 마련했다. 이후 단순 후원을 넘어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전하고 싶어 2024년부터 번역자원봉사 모임 ‘I’m your PEN’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래픽 디자인 전공을 살려 ‘굿메이커스(Good Makers)’ 활동에도 나섰다. 굿메이커스는 디자인,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재능기부로 홍보물을 제작하는 회원 봉사자 모임이다.
굿네이버스 ‘희망편지쓰기대회’를 계기로 해외 아동 1:1 결연 후원과 다양한 회원 자원봉사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경빈 씨 (굿네이버스 제공)
김 씨는 “아동과 후원자가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접하다 보니, 전공인 디자인을 더 의미 있게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혼자 하는 작업에서 느꼈던 아쉬움이 공동의 가치를 만드는 나눔 활동을 통해 채워지면서 참여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 회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더욱 확산되는 선한 영향력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후원자를 ‘회원’으로 불러왔다. 단순 후원을 넘어 조직의 철학을 함께 실천하는 주체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며 참여 범위를 넓혀왔다.
2010년 시작된 ‘I’m your PEN’은 해외 아동 1:1 결연 후원회원이 아동과 주고받는 편지를 번역하는 자원봉사 모임이다. 영어, 불어, 스페인어 번역이 가능한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후원회원과 결연아동이 주고받는 편지를 번역하는 굿네이버스 번역자원봉사 모임 ‘I’m your PEN’ 온라인 페이지 갈무리 (굿네이버스 제공) 초기에는 오프라인으로 운영됐지만 2014년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참여가 확대됐다. 현재까지 누적 참여 회원은 7399명이다. 지난해에는 453명이 참여해 4만 457건의 편지를 번역했고, 올해는 약 800명의 봉사자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커뮤니티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유어턴(Your Turn)’ 캠페인 온라인 서포터즈 ‘턴메이커(Turn Maker)’는 ‘당신의 차례(Your Turn)에 아이들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알리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캠페인에 참여하면 해외아동을 위한 보건의료와 교육지원사업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턴메이커로 활동한 이희원 씨(25)는 “처음에는 큰 돈도 아니고, 작은 돈인데 과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기부가 망설여졌다” 며 “유어턴 캠페인을 통해 기부를 시작하고, 턴메이커로 활동하면서 작은 기부도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느끼게 되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굿네이버스 온라인 홍보단 ‘글리터즈’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한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올해부터는 온라인 홍보단 ‘글리터즈’ 모집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리터즈는 ‘글로벌 리포터즈’의 의미로, 나눔의 가치를 개인 SNS를 통해 알리는 활동을 한다. 현재 270명이 참여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굿네이버스 소식을 전하고 있다.
서은지 씨(40)는 “기부 시작 계기를 릴스로 제작해서 SNS에 올렸는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다”며 “글리터즈 활동 덕분에 나눔에 대한 의지가 더 확고해졌고, 다른 사람들의 나눔 활동을 보며 위로도 받았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온라인 홍보단 ‘글리터즈’ 1기로 활동하는 서은지 회원 SNS 게시물(왼쪽)과 권유진 회원 SNS 게시물(가운데, 오른쪽) 갈무리 (굿네이버스 제공) ● 함께 모이고, 봉사하고… 지역사회에서 선순환되는 나눔
굿네이버스 사업은 ‘현장’에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역할이 중요하다. 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조기에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기 위해 교육기관, 지자체,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민관 협력뿐 아니라 지역 기업, 대학생, 직장인, 소상공인 등 시민 봉사자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방학, ‘동탄 아빠들의 모임’ 40명은 결식 아동을 위한 ‘얘들아, 밥 먹자’ 키트 포장에 힘을 보탰다. 가을에는 천안시티FC 임직원과 지역 인플루언서, 그의 구독자 14명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여아 청소년을 위한 ‘소녀생각 키트’를 포장하고 응원 메시지를 전달했다.
굿네이버스 대학생 자원봉사동아리 ‘굿플로워(Good Flower)’가 구로거리공원에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제공) 2009년 시작된 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는 지금까지 3941명이 참여하며 전국 단위 청년봉사 네트워크로 자리잡았다. 저소득 취약계층 아동 대상 1:1 학습 멘토링과 아동권리 교육 인형극 등 지역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 결과, 2012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에서 대학생 동아리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1년 굿네이버스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역후원운영이사회’도 출범했다.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배우 최수종 씨가 전국후원회장을 맡았다. 현재 19개 지역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역후원운영이사회는 굿네이버스 사업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자 전국 단위 네트워크다. 후원과 홍보, 자문을 맡으며, 국내외 빈곤 가정 아동을 위한 자원봉사와 장학생 선발, 후원 참여 확산 등 지역사회 나눔 활동을 이끌고 있다.
굿네이버스 전북지역후원운영이사회는 지난 4월 ‘너의 꿈을 응원해’ 사업으로 전북 지역 농촌 초·중학교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해 연말 경기지역후원운영이사회는 플리마켓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인도네시아 바타비아 지역에 폐기물 은행 4곳을 설립해 주민 자립을 도왔다. 전북 지역에서는 ‘너의 꿈을 응원해’ 사업을 통해 농촌 초·중학교 신입생 17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다.
전북지역후원운영이사회 김태옥 씨(59)는 “우리 지역 아이들의 입학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뜻을 모아 장학금 지원사업을 시작했다”며, “이제는 지역을 넘어 더욱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해외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좋은 변화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 기업과의 장기적 파트너십
굿네이버스 네트워크의 또 다른 축은 기업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자원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방식의 파트너십이 늘고 있다. 이른바 ‘콜렉티브 임팩트’ 방식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NGO의 현장 경험이 더해지면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협력은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이어지며,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
BMW 코리아 미래재단은 미래세대의 성장을 돕는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방학 중 돌봄 공백에 놓인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희망나눔학교’는 2012년부터 11년간 운영됐다. 2024년부터는 사회 환경 변화에 맞춰 미래세대 행복감 증진을 위한 ‘희망ON학교’ 사업으로 확대됐다.
BMW 코리아 미래재단과 굿네이버스가 함께하는 마음건강증진 교육 ‘내 마음을 피자!’ 프로그램 진행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희망ON학교’는 아동의 신체와 정서 건강을 함께 증진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로 찾아가는 마음건강증진교육 ‘내 마음을 피자!’와 방학 기간 체험 활동 ‘다함께 행복ON’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는 약 17만 명의 아동이 참여할 예정이다.
고흥범 BMW 코리아 미래재단 사무국장은 “굿네이버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아동 돌봄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업의 비전과 굿네이버스의 현장 전문성을 기반으로 아동의 삶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진정성 있는 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기아와 함께 ‘그린라이트 프로젝트(Green Light Project)’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아가 NGO와 협력해 15년간 15개국 19개 지역사회에서 이어온 사업이다. 굿네이버스는 2012년 탄자니아 니카상궤 지역에서의 사업을 첫 시작으로 지난 12년 동안 아프리카 5개국 5개 지역사회에서 사회 기초 인프라 구축과 모빌리티 지원, 직업훈련 교육을 중심으로 약 62만 명을 지원했다.
굿네이버스와 기아자동차가 함께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로 건립된 탄자니아 바가모요 중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굿네이버스 제공) 대표 사례로 꼽히는 탄자니아 바가모요 중등학교는 2019년 사업 종료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월 기준 재학생 수는 314명에서 737명으로 늘었고, 국가시험 합격률은 92%를 기록하고 있다. 당시 지원된 스쿨버스는 지역 정부에 이양돼 인근 학교들과 함께 활용되며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도미닉 음바바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매니저는 “사업 지역을 선정할 때부터 기아의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의지가 돋보였다”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지역과 취약계층을 우선순위로 두었기에 현지 정부와 신뢰가 쌓였고, 긴밀한 협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과의 장기적인 협력은 재난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3월 경남·경북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이재민들은 옷가지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해야 했다.
굿네이버스는 무신사와 파트너 브랜드로부터 전달받은 셔츠, 양말, 속옷 등 필수 의류를 신속히 지원했다. 약 2억5000만 원 규모의 물품은 안동시청과 협력해 이재민 대피소에 전달됐다.
HMM은 글로벌 항로망과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굿네이버스가 후원 받은 물품을 해외 개발도상국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9억 원 규모의 의류를 라오스에 보냈으며, 절감된 물류 비용만큼 더 많은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 AI 시대 새로운 ‘나눔 플랫폼’의 역할, 공동체 운동 확대
“우리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회원으로 동참하도록 노력한다”
굿네이버스의 핵심 가치 중 하나다. 이 철학은 지난 35년간 조직과 현장에서 이어져 왔다. 사업이 수행되는 지역에서 자원봉사자, 파트너, 지역주민을 연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굿네이버스는 창립 초기부터 시민의 자발적인 기부 참여를 이끌어 왔다. 1993년 ‘사랑의 굶기 운동’은 한 끼를 굶는 대신 그 식비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인에서 나아가 가족, 학교, 회사 등 공동체 단위의 참여가 잇따랐다.
굿네이버스는 기부 저변 확대를 위해 500원부터 후원에 참여할 수 있는 ‘뉴-턴(NEW-TURN)’ 캠페인을 론칭했다. 이미지는 캠페인 페이지 갈무리 (굿네이버스 제공) 2005년에는 소액 기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100원의 기적’ 캠페인을 시작했다. 회원으로 구성된 ‘100원의 천사’ 모임은 각자의 일상에서 캠페인을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헬스장, 어린이집, 학교축제 등 각자의 자리에서 캠페인 홍보대사가 되어 주었다.
최근에는 500원부터 후원에 참여할 수 있는 ‘뉴-턴(NEW-TURN)’ 캠페인을 시작했다. 소액 기부 캠페인을 통해 기부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일상에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나눔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벌써부터 SNS에 참여 인증과 입소문이 잇따르며, 또 다른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
전미선 굿네이버스 사무총장은 “지난 35년 동안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국내외 소외된 아동과 지역사회에 닿는 지원의 범위와 깊이가 커질 수 있었다”며 “AI 시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다양한 공동체와 커뮤니티가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나눔 플랫폼’으로써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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