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그린 스피드 지켜라” 골프장들 안간힘[그린에서]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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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 잘되게 수목 배치 바꾸고
카트길 등 골퍼 이동 동선 조정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은 그린 주변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수목을 재배치했다. 엘리시안 강촌 제공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은 그린 주변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수목을 재배치했다. 엘리시안 강촌 제공
주말 골퍼 A씨는 이달 초 경기도 한 골프장을 방문했다가 크게 실망했다. 그린 스피드가 너무 느려 평소 같으면 들어가야 할 공이 홀컵 앞에서 멈추곤 했기 때문이다. 그린 주변 잔디도 엉망이라 어프로치 샷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내 대부분 골프장 그린에 깔리는 ‘벤트 그래스’ 잔디는 더위에 약해 조금만 관리가 되지 않아도 타버리기 일쑤다. 계속되는 폭염에 이 골프장은 그린을 지키기 위해 스피드를 포기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골프장들은 평균 스피드 이상의 그린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더위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그린이 망가진 경험을 한 골프장들이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부터 준비를 철저히 했다.

강원 춘천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은 여름이 오기 전에 코스 레이아웃을 바꿨다. 그린 잔디의 발육을 위해선 통풍이 중요하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도록 골프장 내 수목 배치를 바꿨고, 카트길 등 골퍼들의 이동 동선도 조정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 더위에 그린 잔디 피해가 엄청났다. 올해는 홀당 1명 이상의 인원을 배치해 그린 관리를 전담하게 했다”고 말했다.

제주 테디베어 골프앤리조트도 각종 노하우를 동원해 그린을 관리한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개최지인 이 골프장은 뿌리가 타지 않도록 잔디 길이를 평소보다 긴 3, 4mm로 유지한다. 동시에 그린 스피드가 느려지지 않도록 모래를 0.5∼1mm를 얇게 뿌린다. 또 오후 8시 이후에 그린 잔디에 물을 준다. 평소처럼 낮에 물을 뿌릴 경우 물이 끓어 뿌리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그린 관리도 골프와 마찬가지다. 기본기가 좋은 골퍼들은 미스샷을 해도 ‘바운스 백(타수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잔디도 평소 꾸준한 관리로 ‘펀더멘털’을 좋게 해주면 날씨 변수에도 금방 회복한다”고 말했다.

#골프장#그린 스피드#폭염#잔디 관리#통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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