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의 도발]타락부부 윤-김이 일러준 ‘광복 80년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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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뒤 대통령 관저를 떠나는 모습. 동아일보 DB

전직 대통령 부부의 동시 구속은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그것도 하필 광복 80년에 벌어짐으로써 역사적이고도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기고 말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이하 경칭 생략)는 우리 헌정 80년 역사가 낳은 가장 타락한 부부라고 생각한다(잠깐, 이 대목에서 “당신이 윤석열과 처칠을 비교한 칼럼 쓴 자냐?” 공격할 독자들은 제발 지난 칼럼을 다시 읽어주기 바란다. 비호감이면서 시대적 상황 때문에 검증 없이 정상에 오른 처칠이나 윤석열같은 극단적 리더는 바로 그 이유로 크게 성공하거나 크게 실패할 우려가 있다고 분명히 썼다).

그래서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윤-김 타락천사 아니 아니, 타락부부에게 굳이 배워야 할 정치적 교훈은 없는 것일까.

● 대선 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2017년 뇌물 재판에 함께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맨 왼쪽)과 최순실 씨(맨 오른쪽). 동아일보 DB

기실, 악마는 일찌감치 머리카락을 내보였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신군부 독재자 전두환이 육사생도 시절 5·16 쿠데타 지지행진을 벌이며 싹수를 보인 바 있다. 노무현의 형 노건평, 이명박(MB)의 형 이상득과 BBK, 박근혜 때 최태민과 최순실 소문도 무성했다.

윤석열 때도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 윤석열 정부가 망한다면 김건희 때문일 거라는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서 정치학적 교훈을 찾을 수 있다. 매몰비용을 아까워할 것이 아니라 매몰차게 접는 것이다. 아니면 정권 초부터 감시자를 붙이는 등 빈틈없는 대책을 두어야 한다(김건희 대책이 있었다면 보수 궤멸까지는 안 갔을 터다).

김건희는 대선 과정부터 거짓 학력과 이력이 속속 드러나자 한참을 뭉개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슬픈 척 말했다. 이번 특검 출두 때처럼 상복차림에 묘한 미소까지 흘렸다. 누구에겐가 잘 보이려 대통령처럼 인사와 국정에 개입한 것이 김건희의 지난 3년이었다.

● 권력 Yuji 위해 가장 타락한 ‘김건희 정권’

2021년 12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허위 경력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던 새빨간 거짓말은 옮길 가치도 없다. 하지만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던 당시 발언은 떠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구치소에서 신평을 만난 그가 접견실 의자에 앉자마자 “선생님, 제가 죽어버려야 남편에게 살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했다는 발언과 판박이다. 비련의 여인처럼 동정심을 자아내는 수법은 김건희 전매특허인 것이다.

대선 전 “내가 정권을 잡으면 가만 안 둘 것”이라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공개됐다. ‘남편’도 아니고, ‘우리’도 아니고, ‘내가’라는 주어가 핵심이다. 지난 정권은 ‘김건희 정권’이었던 거다.

부친을 일찍 여의었다고 모두 잘못 성장하진 않는다. 김건희는 어쩌면 물질만능, 학벌만능, 외모만능으로 치닫는 한국사회에서, 미친듯 뛰는 땅값 쫓는 복부인 슬하에서, 사랑을 Yuji하고 권력을 Chaji하기 위해 몸부림친, 광복 80년 가장 타락한 여자의 표본일지 모른다. 심지어 서울법대 나와 9수 끝에 ‘스폰서 검사’(2022년 대선 더불어민주당 주장)가 된 윤석열을 왕으로 만들어 V0의 영화(榮華)를 누렸으니 K영화(映畵) 소재로도 손색없을 터다.

● 배우자 견해도 감시 대상이다

17일 서울 은평구 북한산 진관사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여기서 ‘광복 80년의 정치학’을 찾는다면 대통령 배우자의 중요성을 꼽겠다. 김건희 녹취록 공개 때 법원은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도 비판과 감시 대상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측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이었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의 비극은 배우자와 처족에서 비롯됐다. 전두환 때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 이철희-장영자는 대통령의 처가였다. 박근혜의 최순실도 가족 같았다고 했다. 최순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로 간주되는 대통령 옷가지부터 챙겨주지 않았던가.

권력은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가에서 결정난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요즘 ‘여사’라는 존칭은 영부인과 여성 도우미에게만 쓰는 듯하다)도 마찬가지다. 대선 전 법카 논란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우리 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 영부인의 국정 관여에 결코 관대하지 않다(여기도 좌파 진영논리가 작용할지는, 모른다). 배겟머리 속삭임이야 어쩔 수 없지만 국민에겐 부디 들키지 말기 바란다. 애처증 대통령은 윤석열 하나로 족하므로.

● 대통령에겐 측근이 웬수다

다스(DAS)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지원의 주옥같은 명언이 있다. “재벌은 핏줄이, 정치인은 측근이 웬수다”. 윤석열은 요직을 온통 검찰과 충암고-서울법대 측근으로 채워 상명하복의 연성 독재국가를 꾸렸다. 덕분에 정권이 망했을 뿐 아니라 검찰까지 사실상 해체될 판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것은 광복 800년이 돼도 통할 정치학이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의 검찰처럼 주변을 경기-성남라인으로 채우고 있다. 대통령 부인을 관장하는 제2부속실장 역시 성남라인이라 “안 됩니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꺼림칙한 것은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변호인들이 당정요직에 들어앉고 있다는 사실이다.

MB 때도 비슷했다. 2007년 대선 직전 도곡동 땅과 BBK 의혹을 무마해준 수사 검사 정동기, 김홍일, 윤석열 등이 MB정권에서 승진을 거듭했다. MB가 다스 자금 횡령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된 건 2020년이었다.

● 반공이냐 반미냐…엘리트의 타락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YTN 화면 캡처

윤석열의 타락을 보면서 계속 고민했던 점이 있다. 어떻게 서울법대 씩이나 나온 엘리트가 저토록 추할 수 있는가. 서울대 총장을 지낸 인사에게 “학생들 교육을 어떻게 시켰느냐”고 농담처럼 따지기도 했다. 김건희에게 죽고 못 사는 건 그놈의 사랑 때문이라고 치자. 그래도 윤석열은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돌이 아닌가.

인성교육 없이 대학 때까지 부친에게 맞고 자라면서, 고시만 들이파다 사람이 망가졌을지 모른다(9수까지 하다보면 정상일 수 없다고 전하는 이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엮어 넣을 수 있는’ 검찰문화에 젖어 세상 무서운 게 없어졌을 것이다. 쩍벌남, 꼰대, 버럭성질 등은 직장에서 상사로 만나도 끔찍한 광복 80년의 한국남성상이다. 여기에 주술, 무속, 동서양의 알콜, 첨단의 극우 유튜브까지 온 우주가 윤석열의 타락에 기여했다.

특히나 서울법대-검찰의 타락은 북핵과 대치하고 있는 광복 80년의 현실과 분리할 수 없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명분도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아니던가. 이승만부터 박정희-박근혜-윤석열까지 보수를 뜨겁게 묶어낸 것이 반공연대였다. 빨갱이를 때려잡기 위해 군과 국정원, 검찰 등 보수 엘리트는 부패도, 타락도 적당히 용서받았다. “우리가 남이가” 해가면서.

그런 우파를 공격한 좌파는 도덕성을 코에 걸고 나섰다. 좌파 정치인들은 미국과 자본주의보다 북한과 사회주의의 도덕성을 평가했고, 반미-반일을 의심받았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좌파의 도덕성도 개나 줘버릴 수준임을 안다. 사노맹 출신 조국을 보면 된다. 이 정부 인사들도 순결하달 수 없다. 북을 핑계로 좌우가 타락해버린 엘리트를 더는 봐줘선 안 된다는 게 광복 80년의 교훈이란 말이다.

● 개헌보다 인사가 만사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1호 국정과제로 개헌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정부 국정과제 1호가 개헌이다. 대통령 4년 연임제가 되면 대한민국은 천지개벽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나는 반대다(차라리 내각제 찬성). 적어도 5년마다 대통령(부부)의 비리를 밝히고, 사필귀정(事必歸正)을 이뤄낸다는 점에선 현행 헌법이 백번 낫다.

‘국민주권정부’라고, 국민이 원하면 연임도 이 대통령부터 가능하다고 밀어붙일지 모른다. 조심하시라. 혁명을 해본 나라, 왕의 목을 쳤던 프랑스에선 대통령 재선도 쉽지 않다고 했다. 기이한 인사와 정책신호 때문에 벌써 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다행히도 성남라인-변호인 편중 인사를 바로잡을 시간은 많다.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할 시간도 많다(단지 안 할 뿐이다). 이 대통령이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세상을 보고나면, 우물 안 시각도 떨쳐낼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머리 풀고 나타나 “사또~”를 부르는 처녀귀신도 한을 풀어주면 고맙다며 훨훨 저승에 간다. 결국엔 정의가 실현되는 것이 대한민국 광복 80년의 정치학이다.

#윤석열#김건희#대통령 부부#권력#대통령 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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