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기 좋은 날입니다/카리나 베리펠트, 짐 브라질 지음·최인하 옮김/396쪽·2만 원·다산초당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형이 집행된다는 텍사스주의 한 교도소. 사형수들이 독극물 주사를 맞기 전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다. 사형수 전담 목사다. 사형수들은 그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요청하기도, 그동안 부정했던 범죄 사실을 고백하기도 하면서 깊숙이 감춰뒀던 이야기를 꺼내 보인다.
텍사스에서 사형수 276명을 떠나보낸 목사인 짐 브라질이 스웨덴 기자 카리나 베리펠트에게 들려준 ‘마지막 순간들’을 정리한 책이다. 그로부터 얻은 교훈, 인생의 의미에 대해 두 사람이 나눈 진솔한 대화가 카리나의 시선으로 담겼다.
한 어머니는 친딸을 살해해 사형수가 된 의붓아들을 용서한다. 남매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첩을 보며 떨리는 손으로 그토록 미워했던 아들을 껴안는다. 스스로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꼈던 아들은 눈물을 흘린 뒤 죽음을 맞는다. 브라질 목사는 “용서한다는 것은 그게 괜찮았다는 뜻이 아니다. 더 이상 그로 인해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죄책감과 분노, 용서를 다룰 수 있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자비로운 목사가 범죄자들을 뉘우치게 한다는 식의 단순한 영웅담에 그치지 않는다. 짐은 스스로의 치부도 고백한다. 10대 때 매춘 업소에 가고, 두 아이를 뒀음에도 불륜을 저지른 과오까지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인다.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받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짐과의 교류를 통해 카리나도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아버지를 향한 분노로 유년기부터 고통받던 카리나는 처음 짐을 만났을 때 “그는 화해에 대해 말했지만 나는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삶이 축복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중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화가 이어지며 마음엔 용서의 싹이 트고, 점차 해방감을 느낀다.
다양한 일화를 통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랑과 구원, 살아 있는 순간의 귀중함이다.
“인생은 축복입니다. 허비하지 마세요. 언제든 좋은 일을 하고, 무엇이든 용서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한 후에는 넘어가세요. 이번 생에서든, 다음 생에서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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