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지구 크기-빌딩 높이 측정도 ‘삼각형’에 답 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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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550년 이집트 파피루스에 피라미드 경사면 길이 계산법 담겨
3차원 모델-온라인 지도에도 활용… 일상에 녹아든 삼각형 쉽게 풀어내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맷 파커 지음·이충호 옮김/432쪽·2만1000원·해나무

기원전 1550년경 유물인 ‘아메스 파피루스’(위쪽 사진)에는 삼각형을 활용해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과정이 담겼다. 이 책은 이처럼 인류가 삼각형으로 삶의 문제를 풀어 온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바닥을 타일로 빈틈없이 채우는 데도 삼각형을 쓴다. 해나무 제공
기원전 1550년경 유물인 ‘아메스 파피루스’(위쪽 사진)에는 삼각형을 활용해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과정이 담겼다. 이 책은 이처럼 인류가 삼각형으로 삶의 문제를 풀어 온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바닥을 타일로 빈틈없이 채우는 데도 삼각형을 쓴다. 해나무 제공


세 사람이 정사각형 샌드위치 하나를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단, 조건이 있다. 누구도 건조한 식빵 껍질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러니 그저 직사각형 3개로 나눈다고 정답은 아니다.

책은 ‘삼각형의 성질’을 이용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한 꼭짓점에서 샌드위치 정중앙까지 대각선으로 자르다가 우선 멈춘다. 그리고 맞은편 두 변의 3분의 1 지점에 각각 선을 그으면 끝. 이는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밑변X높이X½)과 관련 있다. 빵의 중심은 모든 변에서 같은 높이에 있기에 각 샌드위치의 면적은 밑변만 균등하게 나누면 같아진다. 물론 식빵 껍질(밑변)도 고루 나뉜다.

‘수학이 사랑하는 삼각형’은 이처럼 친근한 예시들로 세상의 삼각형을 들여다본 책이다. 삼각형이 딱딱한 교과서 속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갇힌 도형이 아니라, 세계를 이루는 보편적 요소임을 다채로운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는 구독자 132만 명의 유튜브 채널 ‘스탠드업 매스(Stand-up Maths)’를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수학 교사 출신으로, 대학 시절 스탠드업 코미디를 했던 경험을 살려 수학의 재미를 전파하고 있다.

저자의 ‘삼각형 예찬’은 인류가 삼각형을 활용한 역사를 짚으면서 시작된다.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 파피루스 중에는 피라미드의 경사면 길이를 계산하는 문제가 담긴 수학 교과서가 있다.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 장 밥티스트 들랑브르와 지도 제작자 피에르 메생은 삼각형을 이용해 처음으로 지구의 크기를 현대적으로 측정했다. 먼 거리를 직접 잴 수 없으니, 작은 삼각형들을 죽 이어붙인 뒤 각도와 길이를 계산해 전체 둘레를 계산했다.

일상에서 품는 호기심도 삼각형으로 설명한다. 해변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실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까. 저자는 지구 반지름과 사람의 키(2m로 가정),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사용해 약 4.7km라는 계산 결과를 도출해낸다. 각도기를 지닌 채 일정한 보폭으로 걸을 수 있다면 누구나 초고층 건물의 높이를 잴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독자가 직접 시도해 볼 만큼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수학은 실생활에 쓸모가 없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게끔 한다.

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화된 오늘날, 삼각형이 그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삼각형은 3차원(3D) 모델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속 캐릭터, 게임 배경은 수많은 삼각형이 촘촘히 이어져 만들어진다. 온라인 지도의 핵심 기술인 ‘글로벌 내비게이션 위성 시스템(GNSS)’도 삼각 측량을 토대로 한다.

책은 다들 난해하다고 여기기 쉬운 수학을 다채로운 도판과 발랄한 문체로 풀어낸 게 강점이다. 그 덕에 수학에 관심 없는 독자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다만 문화적 차이 탓인지 실제로 국내 독자의 배꼽까지 잡게 할지는 모르겠다.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 농담 탓에 호흡이 다소 길어진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삼각형#샌드위치 분할#피타고라스의 정리#수학 교과서#이집트 파피루스#3D 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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