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첨단기술 필수 자원
핵심 광물 두고 국제적으로 경쟁
외교-안보 무기처럼 활용하기도
◇광물 전쟁/어니스트 샤이더 지음·안혜림 옮김/584쪽·2만5000원·위즈덤하우스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하면 진동이 울린다. 이 자그마한 기계는 충전도 오래가고, 무게도 가볍다. 이런 기능이 가능한 건 금속 덕분이다. 이 금속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채굴한 ‘광물’에서 정제해 얻는다. 그래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는 이 광물 자원을 더 확보하려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로이터통신 기자가 쓴 신간은 다섯 가지 핵심 광물 자원인 리튬, 니켈, 구리, 코발트, 희토류를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을 생생하게 담았다. 해당 광물들은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노트북, 전투기 등 수많은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데 기초가 되는 자원이다. 안정적인 공급이 흔들리면 산업과 에너지 체계 전반이 영향을 받는다.
최근 중국은 광물 자원의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희토류 가공의 90%를 중국이 장악 중이다. 중국은 더군다나 광물 수출을 외교·안보에서 무기처럼 활용하는 전략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자원 확보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외교와 안보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은 광물 매장량은 충분하지만, 개발은 쉽지 않은 딜레마에 갇혀 있다. 광산을 새로 여는 데만 수년이 걸리고, 환경 단체와 지역 주민의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네바다의 리튬 광산, 애리조나의 구리 광산, 캘리포니아의 희토류 광산 등은 모두 오랜 기간 허가와 법적 절차에 막혀 있는 상태라고 한다.
눈여겨볼 점은 광물 전쟁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이다. 콩고, 볼리비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에선 어린이들이 맨손으로 코발트를 캔다. 광산 댐이 붕괴해 수백 명이 숨지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광물 전쟁이 누군가의 일상과 생명을 빼앗는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특히 저자는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를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선 폐기기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재활용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책을 덮고 나니 손에 들린 스마트폰이 다시 보였다. 작은 진동 하나에도 수많은 나라의 전략, 누군가의 노동, 자연의 희생이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라 마음이 복잡해졌다. 어쩌면 모두가 이 소리 없는 전쟁의 당사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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