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바츨라프 스밀 지음·이한음 옮김/336쪽·2만2000원·김영사
인류는 필요한 양보다 30% 이상 많은 식량을 생산한다고 한다. 그런데 8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식량은 넘치는데 왜 여전히 많은 이들이 배가 고픈 걸까. 캐나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수치와 통계를 바탕으로 식량 과잉과 기아가 어떻게 공존하는지 설명한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곡물 생산량의 약 3분의 1은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식량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을 먹이는 데 쓰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부 저개발 지역에서는 사람보다 가축이 더 많은 곡물을 소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식량 체계는 지역 간 불균형과 환경 부담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저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며, 국제적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짚는다. 가축 사료로 전용되는 곡물의 일부를 인간의 식량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지역이나 농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는 농업 기술과 저장, 유통 역량을 전수하고 개량 종자를 보급하는 국제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식량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의지와 정책적 선택에 달려 있다.
책에는 여러 관련 숫자가 많이 나온다. 저자도 이를 의식한 듯 “이 책에는 숫자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해서 미안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숫자를 통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만이 현대 식량 생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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