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참가자들이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을을 맞아 연 ‘국중박 분장대회’ 현장은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 관람객까지 몰리며 축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시민들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속 사자보이즈의 무대에 환호했고, 참가자들의 기발한 분장에 웃음과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 케데헌 사자보이즈 무대, “애니메이션이 현실로”
분장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27일 열린 이번 대회는 오전부터 긴 줄이 늘어설 만큼 관심이 뜨거웠다. 행사장 안은 기대감에 들뜬 표정으로 가득 찼다.
‘관촉사 석조 미륵보살 입상’으로 분장대회를 신청했으나 탈락한 한 참가자.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대회에선 탈락했지만 분위기를 즐기려 분장을 하고 찾아온 시민도 있었다. 불상 분장을 한 한 참가자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관촉사 미륵보살을 선택했다”며 “떨어졌지만 즐겁다”고 말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유어아이돌(your idol)’ 안무를 선보이는 사자보이즈.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본격적인 시상식 전, 분위기를 달군 건 케데헌 사자보이즈 무대였다. 애니메이션 속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공연에 시민들은 “진짜 사자보이즈가 나타났다”며 열광했다. ‘소다팝’과 ‘유어아이돌’ 안무가 이어지자 현장은 함성과 박수로 가득 찼다.
■ 올해의 1등 분장은? ‘귀에 걸면 귀걸이’ 팀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로 분장한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이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시상식 무대에는 입상한 10개 팀이 차례로 올랐다. 대학생, 직장인, 자녀에게 용기를 주고 싶은 엄마들,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일본인 등 다양한 참가자들이 레드카펫을 걸으며 축제의 열기를 높였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1등은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를 재현한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이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유물을 알리고 싶었다”며 “에어캡과 한지를 활용해 어렵게 제작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분장의 확대 모습. ‘귀에 걸면 귀걸이 팀’은 이 분장을 에어캡과 라커를 이용해 제작하였으며, 금색 스프레이를 다수 사용했다고 전했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 금관부터 호랑이까지, 참가자들의 분장 스토리는?
분장대회장을 찾은 시민들은 단순히 분장을 보는 것을 넘어, 작품에 담긴 사연에 깊이 공감했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금동관음보살좌상,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단오풍정, △석조약사불좌상.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서봉총 금관’으로 변신한 ‘금이야옥이야’ 팀은 “자존감 낮은 아이들에게 당당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혀 관객들의 응원을 받았다.
직장인 모임 ‘소분모임’ 팀은 ‘석가모니불 다보불’ 분장으로 웃음을 안겼다. 매일 퇴근 후 모여 준비했다는 이들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재롱이와 솔솔이 연합’ 팀은 고려의 걸작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디테일하게 재현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또 ‘한복미인즈’ 팀은 신윤복의 명화 ‘단오풍정’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싱크로율을 보여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본인 참가자들로 꾸려진 ‘인간 호작도’ 팀은 네 발로 걸으며 호랑이 모습을 완벽히 재현해 환호를 받았다. 이들은 “케데헌을 보고 영감을 받아 참여했다”고 전했다.
왼쪽 위부터 순서대로 △호작도, △석가모니불 다보불, △고려청자, △서봉총 금관, △기마인물형토기.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최연소 참가자인 ‘지유지킴이’ 팀은 교과서 속 ‘기마인물형토기’를 직접 표현해 “귀엽다”는 박수를 받았다. ‘호두’ 팀은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를 세심히 만들어 무대 위에서 실제 유물의 빛을 되살렸다.
개인 참가자들도 존재감을 빛냈다. 이○은 씨는 ‘석조약사불좌상’을 완벽히 재현해 “불상이 걸어 나온 것 같다”는 평가를 얻었다. 장○ 씨는 ‘고려청자’의 곡선미와 색감을 옷과 소품으로 구현해 단아한 매력을 뽐냈다.
관람객들은 “수상 여부를 떠나 모두가 주인공”이라며,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 문화유산을 표현한 참가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시민 반응 “SNS보다 현장이 더 감동적”
필리핀에서 ‘2025 국중박 분장대회’를 보기 위해 방문한 외국인들. (사진=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분장대회를 관람한 시민들은 “SNS에서 작품을 봤는데 직접 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참여자들의 사연을 듣고 울컥하기도 했고, 매우 재미있게 관람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온 외국인 관람객은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방문했는데 직접 보니 더 특별했다. 특히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작년 ‘국중박은 살아 있다’ 행사를 확장해 분장대회로 선보였다”며 “전통문화를 창의적으로 풀어낸 참가자들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분장대회를 가을 대표 축제로 이어갈 것”이라며 “참가자와 관람객 모두가 K뮤지엄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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