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에 100만 달러(약 14억7500만 원)를 기부했다. 보편관세 등을 무기로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부금 행렬에 동참했다. 기부금 외에도 인사와 정책 등 다양한 방식까지 동원하며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적극적인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다.
● 현대차, 美 대통령 취임식 첫 기부
현대차그룹은 12일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측은 GM과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이미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해 경쟁사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 기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나 백악관에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정의선 회장 등은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다만 취임식을 제외한 만찬 행사 등 관련 부대 행사에는 그룹 관계자의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취임식 부대 행사에 장재훈 부회장, 호세 무뇨스 사장, 성 김 사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삼성전자와 SK, LG 등 국내 주요 그룹은 취임식 기부금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그룹 총수들의 취임식 참석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취임식 기부금 전달은 관세 부과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사전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협회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 등에 적극적인 관세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당근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과 같은 보조금 지급보다는 고율의 관세를 활용한 ‘채찍’을 이용해 제조업 공급망 강화를 꾀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만 18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2022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 178억5000만 달러(약 26조3000억 원)를 쏟아부었다. 또 현대제철이 수조 원을 들여 미국 내 제철소를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취임식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것은 미국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일찌감치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도 개인적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 기업의 기부금은 ‘트럼프―밴스 취임위원회’에 전달돼 다양한 취임식 부대 행사를 여는 데 쓰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이들은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8개 취임 관련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특전’을 누리게 된다. 18일에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부부와, 19일에는 트럼프 당선인 부부와 만찬을 함께할 수 있다. 이번 취임식 기부금으로 모인 돈은 역대 최대인 1억7000만 달러로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모은 6200만 달러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일부 기업은 기부금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종합격투기 단체 UFC의 CEO를 이사로 임명했다. 또 그간 트럼프 당선인이 비판해 온 자사의 ‘팩트 체킹(사실 확인)’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인종, 성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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