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3.09% 내린 8만5851달러에 거래 중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8만2000달러 선까지 내려가는 등 폭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면서 취임 직전 사상 최고가(10만9114달러)를 찍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고점 대비 20% 넘게 빠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미 증시도 주춤하고 있다.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고점 대비 3.06% 떨어지면서 6,000 선을 내줬고, 다우존스평균지수와 나스닥 등도 고점 대비 각각 3.51%, 5.45% 하락했다.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자산 투자) 종목으로 꼽혔던 테슬라와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도 트럼프 취임 직전 대비 30% 넘게 빠지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17일 고점 대비 39.4% 가까이 떨어지며 시총 6050억 달러(약 872조 원)이 날아갔다. 테슬라 주가 하락에는 최근 유럽 판매 부진이 한몫했는데, 여기에는 머스크 CEO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반발 심리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트레이드가 휘청이는 배경에는 관세 인상이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0% 상승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반면 주요 경제지표는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이번 달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한 98.3이었는데, 이는 4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미국의 지난달 소매 판매도 7239억 달러(계절 조정 반영)로 전월 대비 0.9% 감소하는 등 미국 경제만 독주할 수 있다는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지고 있다. 유로화, 엔화 등 글로벌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10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106대까지 내려오는 등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 고개 드는 미국발 S 공포
독주하던 미국 경제에 심상치 않은 지표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경제에 위험 신호가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한두 달간 미국 경제지표가 계속 부진할 경우 미국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경기 둔화의 전조 현상으로 꼽히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2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기준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한때 전일 대비 4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낮은 4.25%까지 하락했다. 반면, 3개월 만기 채권의 수익률은 4.30%를 나타냈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이를 두고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의 수석시장전략가는 “시장에 닥친 가장 큰 위험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이라고 진단했다.
미국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등으로 퍼질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라면,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것”이라며 “최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은 더 깊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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