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알파폴드’가 신약 개발을 넘어 식량 부족 등 인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지난해 ‘알파폴드’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데미스 허사비스가 세운 회사다.
2일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필리핀에 본부를 둔 국제미작연구소(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에서는 알파폴드를 이용해 벼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 가뭄과 질병 등 스트레스에 더 잘 견디는 벼 품종을 연구 중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쌀 품종을 개발해 식량 안보와 유엔의 ‘기아 제로’ 목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된 알파폴드 최신 버전은 단백질뿐 아니라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분자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단 몇 분 만에 예측할 수 있다.
노르웨이 생명과학대는 꿀벌 면역체계의 핵심 단백질을 분석해 꿀벌 생존률을 높이는 연구에 알파폴드를 활용했다. 몇 년이 걸릴 연구였지만 알파폴드를 이용해 단 이틀 만에 단백질 구조 분석을 끝냈다. 최근 8개월여간 미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꿀벌 떼죽음이 발생, 미국에서 재배되는 과일과 견과류, 채소 등의 재배가 어려워져 국가 식량 안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비 하리하란 구글 딥마인드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플라스틱 분해 효소 개발,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 파킨슨병 치료제 및 말라리아 백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파폴드가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파폴드를 활용해 파킨슨병 관련 단백질(STIP) 역할을 규명한 잭위 림 싱가포르 과학기술연구청 연구원은 “이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혈액에서 STIP-1 자가항체를 측정하는 혈액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딥마인드는 2021년 알파폴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데 이어 유럽생물정보학 연구소와 함께 데이터베이스를 출시하고 과학계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를 무료로 공개했다. 데이터베이스에서 지구상의 모든 식물, 박테리아, 동물 및 유기체에 대해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전 세계 190개국의 250만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알파폴드를 활용 중이다.
국내 과학계에서도 알파폴드를 적극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한국의 6만7000명 이상의 연구자가 단백질 분석, 유전자 편집 도구 개발 등 분야에서 알파폴드를 활용 중이다. 대표적으로 KAIST 연구진은 극저온 전자현미경과 같은 실험 기법과 알파폴드를 결합해 단백질 구조 및 복합체를 예측하고 있다.
한편 전날 구글의 AI 신약 개발 자회사인 아이소모픽 랩스는 6억 달러(약 88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아이소모픽 랩스도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했다. 그는 “우리의 사명은 AI로 모든 질병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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