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내년 공조 매출 10조 돌파 목표
유럽 온수 선두 노르웨이 OSO 인수
삼성도 5월 獨 공조기업 M&A
LG 냉각기술, 식품공장서도 역할… 135도 유제품을 15초만에 40도로
경기 수원시 동원 F&B 유제품 공장에서 직원 한 명이 LG전자 냉난방공조(HVAC) 기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 냉각기를 사용해 살균 우유를 식히는 데 활용한 냉매를 다시 차갑게 만든다.
수원=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19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동원 F&B 유제품 공장. 멸균, 발효 과정을 마친 ‘덴마크 우유’ 요구르트가 플라스틱 병에 쉴 새 없이 포장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시간당 1만∼2만 개, 하루 35만 개의 요구르트가 생산된다.
요구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 135도까지 올라가는 초고온 살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어 15초 만에 온도를 40도로 낮춰 유산균을 배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최종 출하 때는 4도까지 온도를 낮춰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권오근 공장장은 “유제품을 만들려면 고온과 저온을 빠르게 오가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공정이 틀어지면 제품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동원이 135도부터 4도까지 온도 제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데는 지난해 10월 도입한 LG전자의 냉난방공조(HVAC) 장비 냉각기(칠러)의 역할이 크다. 냉난방공조 기술은 유제품 등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LG전자가 30일 노르웨이 냉난방공조 기업 OSO 인수를 발표하는 등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 AI 시대 ‘해결사’로 부상한 HVAC
냉난방공조는 실내 공간의 온도, 습도를 조절해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특히 AI용 데이터센터 관리에 꼭 필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AI는 막대한 데이터 연산이 요구돼 이전의 데이터센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내 서버 발열을 제때 잡지 못하면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천문학적인 손실이 날 수 있다.
여기서 주목받는 기술이 기존의 공(空)랭식을 보완하는 ‘수(水)랭식’ 냉난방공조다. 수랭식은 액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분자 밀도가 높고 열전도율이 뛰어나 기존 공랭식보다 더 빨리 열을 식힐 수 있다. 서버에 냉각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흘려보내는 냉각수분배장치(CDU)가 대표적이다. 동원 F&B 공장도 유제품이 담긴 용기를 차가운 액체 냉매로 식히는 수랭식을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CDU 기술 개발을 마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해 검증하고 있다.
냉난방공조는 전 세계 탈탄소 기조와 맞물려 수요가 늘고 있다. 최신 장비일수록 더 높은 에너지 효율을 내고 냉매도 친환경 제품을 쓰기 때문이다. 동원 관계자는 “LG전자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전국 6개 사업장에 최신 냉난방공조 설비를 도입했다”며 “그 결과 나무 17만 그루를 심는 효과에 해당하는 연 1000t 이상의 탄소 감축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앞다퉈 공조시장 뛰어드는 기업들
국내 주요 전자 기업들은 냉난방공조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삼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5월 2조4000억 원을 들여 유럽 최대 중앙공조 기업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플랙트그룹은 데이터센터, 공항, 쇼핑몰 등 중앙공조에 특화된 기업이다. 시스템에어컨 등 개별 공조에 치중해 오던 기존 삼성전자의 한계를 M&A로 보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2026년 냉난방공조 매출 10조 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냉난방공조 사업부(ES사업본부)의 올 1분기(1∼3월) 매출은 3조54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했다. LG전자는 이날 노르웨이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OSO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S본부 신설 후 단행한 첫 M&A다. OSO는 냉난방공조 가운데 온수 저장(스토리지) 부문 유럽 선두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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