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유학 지정 학교인 강원 홍천군 두촌초등학교 학생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선생님과 함께 수박을 가꾸는 모습. 두촌초교 제공
“스키도 타고 서핑도 배워요. 우리 학교 ‘짱’이에요.”
19일 강원 홍천군 두촌면 두촌초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학교 자랑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경기 부천시에 살다가 올 1학기부터 이 학교에 농촌 유학을 온 5학년 강선우 군(11)도 이곳 생활에 대만족이다.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난 것도 좋지만 학교에서 다양한 학습과 체험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19일 두촌초 학생들이 방과 후 미술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이처럼 생태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기 위해 농촌을 찾는 ‘농촌 유학생’이 늘고 있다. 올 2학기 강원도 농촌 유학생 수는 1학기보다 82명 늘어난 364명으로 집계됐다. 홍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두촌초의 방과후 수업과 체험활동은 명품 학교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자연생태 체험을 하고 블루베리, 고구마, 수박 등 각종 농작물을 키운다. 여름이면 생존수영과 서핑, 겨울에는 스키를 배우러 떠난다. 3∼6학년은 매년 3월,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테마학습여행을 한다. 11월이면 5학년은 일본으로 해외문화탐방, 6학년은 서울로 도시문화탐방에 나선다. 강 군은 “학교생활이 즐겁고, 전에는 아토피가 심했는데 여기 와서는 거의 사라져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방과후 활동으로 기타와 키보드 등 악기를 배운다. 미술과 각종 스포츠도 필수 과정이다. 영어는 정규 수업 외에도 방과후 수업이 따로 있고, 1주일에 2차례씩 원어민과 화상 영어회화 수업도 한다. 방학 중에도 1, 2학년은 늘봄교실, 3∼6학년은 방학캠프로 학교에서 지낼 수 있다. 올 여름방학에는 마술교실과 쿠킹클래스가 개설돼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2학기에 서울에서 전학 온 6학년 송다나 양(12)은 “학교에서 영어와 피아노를 배우고, 피구와 배드민턴도 재미있게 즐긴다”며 “졸업 후에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데 학부모가 부담하는 돈은 없다. 강원도교육청의 농촌 유학 지원과 학교 자체 예산, 홍천군의 교육경비로 충당한다.
현재 두촌초 전교생은 39명이다. 이 가운데 농촌 유학생이 23명이다. 두촌초는 올해 개교 103년의 전통 있는 학교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 수로 오랫동안 침체를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2학기 농촌 유학을 시작하면서부터 학생 수가 늘어났고 지역사회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농촌 유학은 가족 체류형 방식이기 때문에 학생은 1명 이상의 성인 가족과 함께 거주해야 한다. 23명의 유학생과 동반 가족 등 40여 명이 홍천군민이 됐다.
배상철 두촌면이장협의회 회장(70)은 “농촌 유학생과 동반 가족으로 인구가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기존 학생도 많은 친구가 생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게 돼 매우 좋아한다”며 “농촌유학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강원도 농촌 유학생 364명 ‘역대 최다’
이 같은 상황은 농촌 유학이 진행 중인 시군 모두가 비슷하다. 올 2학기 강원도 내 농촌 유학생은 13개 시군, 45개 초중학교에 364명. 1학기에 비해 82명이 증가했고, 2023년 2학기 33명으로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현재 참여 학생 가운데 96%에 달하는 270명이 1학기에 이어 유학을 연장해 높은 만족도를 보여준다.
동반 가족까지 합하면 650여 명의 인구가 강원도로 거주지를 옮겼다. 또 주말이면 도시에 살고 있는 다른 가족이 내려와 같이 지내는 경우가 많아 생활인구는 더욱 늘어난다. 농촌 유학이 인구 소멸을 막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강원도교육청은 농촌 유학이 작은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폐교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지역 경제와 공동체 회복에도 기여하면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미래형 교육 모델의 성공 사례로 보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농촌유학 가정의 주거비도 지원한다. 한 가정에 학생 1명이면 60만 원, 2명 80만 원, 3명 100만 원이다. 지원 기간이 1년이었지만 올 2학기부터 강원도가 절반을 부담하기로 하면서 2년으로 늘어났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작은 학교의 교육력과 지역 사회의 협력 덕분에 강원 농촌 유학이 해마다 더 많은 학생과 가족에게 사랑받아 기쁘다”며 “농촌 유학이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돕고, 지역 소멸을 막는 새로운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