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에 멕시코 엑소더스, 삼성-LG-기아 美생산 확대 ‘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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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쟁 2막]
멕시코 진출 韓기업 500곳 달해… 25% 관세 현실화에 대응전략 고심
美인건비 부담… 사업 철수 검토도
LG엔솔, 加 맞불 관세에 셈법 복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대응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속속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길 채비에 나서면서 ‘멕시코 엑소더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동안은 다양한 관세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법을 고심해 왔다면, 이제 ‘관세 전쟁’이 현실화되면서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 북미 기지 변화 고민하는 한국 기업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수는 50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장기화될 경우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판매해 오던 기존 북미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건조기 물량 일부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세탁기 공장으로 이전하고, LG전자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냉장고 물량을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는 멕시코 공장에서 만드는 준중형 세단 ‘K4’ 판매 지역을 미국 대신 캐나다로 바꾸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이르면 1분기(1∼3월)에 준공하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생산량을 끌어올려 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10%,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경우 한국의 올해 멕시코 수출은 2024년 대비 9.1%(12억4000만 달러·약 1조8000억 원), 캐나다 수출은 2.5%(2억6000만 달러)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 이들 국가로 향하는 중간재 수출 축소에 따른 후폭풍이다.

멕시코 내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이 대응에 나서면 따라가는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관세는 완성품을 만드는 원청이 내는 것이라 하청 업체들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다만 대기업들이 멕시코 생산 물량을 줄이면 하청 물량도 감소할 것이기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법무법인 문두스의 엄기웅 변호사는 “최근 관세 부과 소식에 6, 7개 업체가 멕시코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의 북미 전략 수정 방향은 미국 내 생산 전환이 꼽힌다. 하지만 인건비 문제 때문에 고심이 깊다. 미국 근로자의 인건비는 멕시코 근로자 대비 8∼10배 비싼 실정이다.

● 캐나다 ‘맞불 관세’도 변수로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기업 100여 곳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해 만든 배터리 공장이 있다. 올 하반기(7∼12월)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캐나다와 미국이 서로 25%씩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관세 장벽이 생기며 미국·유럽계 회사인 스텔란티스가 캐나다산 배터리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사이에 최소 주문 수량에 대한 합의가 있었겠지만 워낙 상황이 유동적이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시나리오를 짜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멕시코에 있던 생산 시설 이전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차세대 ‘시빅 하이브리드’ 생산 지역을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변경했다.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에서 만들려고 했던 ‘두랑고’ 후속 모델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린다면 멕시코 공장은 중남미 공략 기지로 그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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