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 2막]
美 “위안화 절하 타격, 관세로 대응”… 中 “美 강압적 조치에 승복 안할 것”
콩-밀 등 740개에 10%∼15% 관세… 캐나다도 오렌지 등에 보복관세
美내부서도 “물가 놓고 정치도박”
“과거 위안화를 절하시켜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준 중국을 막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여러 번 전화로 ‘그러지 말라’고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관세로 대응하면 된다.”
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부터 중국에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최대 경쟁국이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앞세운 ‘통상전쟁’을 벌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 달간 관세 적용을 유예한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서도 4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다만 미국의 3대 교역국을 상대로 통상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미국 내에서조차 ‘도박’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中, 美 민감한 농산품에 10∼15% 보복 관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중국에 적용한 10%의 추가 관세 이후 한 달 만에 10% 관세를 더하기로 했다. 지난달 첫 추가 관세 부과 직후 중국이 미국산 일부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적용한 가운데 나온 조치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조치 후 미국과 중국의 정상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중국은 보복 관세로 응수했고, 두 정상의 만남이나 통화 또한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를 (20%보다 높게) 추가적으로 더 인상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통화 정책과 경제 보복 정도에 달렸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中 ‘양회’ 참석한 시진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 서 있는 사람)이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합한 말)’ 개회식에서 환영 박수를 받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거듭된 관세 부과에 보복 관세로 맞서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도 미국과의 통상전쟁 대응, 경기 부양, 첨단 기술 자립 및 자강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AP 뉴시스
중국도 4일 “미국의 위협과 강압적 조치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보복에 나섰다. 중국 국무원은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밀·옥수수·면화 등 총 29개 품목에 15%, 수수·대두(콩)·돼지고기·쇠고기·수산물·과일·채소·유제품 등 총 711개 품목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미국산 대두업체 3곳의 중국 수출 자격을 정지하고, 미국 코닝의 광섬유 관련 덤핑 의혹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미국 농산물 수출의 17%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특히 텍사스, 아이오와, 캔자스주 등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 농산물을 많이 생산한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7월에도 미국산 대두, 옥수수, 밀, 쇠고기, 돼지고기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중국 상무부는 티콤(TCOM), S3에어로디펜스 등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추가해 수출입 및 대중(對中) 신규 투자를 금한다고 발표했다. 방위산업 기업인 레이도스, 무인기(드론) 스타트업 실드AI, 자율주행 선박 제조업체 하복AI 등 15곳에 대해선 중국산 이중 용도 품목(상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쓰이는 물품)의 미국 수출을 막기로 했다.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 업체인 미국 일루미나가 중국에 유전자 분석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 달간 관세 유예를 적용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4일부터 예정대로 25%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 협상의 여지는 없다. 관세는 다 준비됐다”며 불법 이민자, 펜타닐 마약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두 나라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멕시코가 최근 미국이 수십 년간 송환을 원한 마약 카르텔 간부 29명을 미국에 보냈음에도 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즉각 “1550억 캐나다달러(약 155조 원) 규모의 미국 상품에 25% 관세를 보복 부과할 것”이라고 맞섰다. 캐나다도 오렌지(플로리다주), 오토바이(펜실베이니아주), 가전제품(오하이오주) 등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공화당 성향 주(州)가 주로 생산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멕시코의 보복 조치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되는 관세만으로 미국 내 자동차 평균 가격이 약 3000달러(약 435만 원)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수년간의 높은 인플레이션에 분노한 미 유권자에 대한 (트럼프의) 엄청난 정치적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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