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美관보 제대로 분석않고 “車부품 관세유예”… 실제론 5개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 관세 역풍]
“철강-알루미늄 부품 관세유예” 발표… 명확히 확인된건 알루미늄 제품 5개
산업부 “韓美 품목코드 달라 어려움”… “정보 부족 中企 큰 피해 우려” 지적

미국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12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되는데도 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들에 관세가 부과되고 유예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가 유예됐다고 밝혔지만 확실하게 유예가 된 자동차 부품 품목은 5개에 그쳤다. 정부가 미국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관보조차 꼼꼼히 따져 보지 않아 정보 확보 등 대응 역량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은 고스란히 관세 폭풍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별도 자료를 내고 “미국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대상 25%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이행 지침(Implementation of Duties)’을 발표했다”며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및 항공기 부품 등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 추가 공고 시까지 추가 관세 적용이 유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12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철강과 알루미늄, 이들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해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했는데, 자동차 부품에 대해선 당장 관세가 부과되진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내놓은 관세 부과 대상에는 자동차 부품들이 포함됐었다.

그러나 11일 본보가 미국 상무부의 이행 지침을 확인해 본 결과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가 유예되는 자동차 부품 품목은 5개였다. 일각에선 대미 수출 자동차 부품 최소 65개 중 10%도 안 되는 숫자만이 이번 유예에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부품의 미국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로,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수출된 품목이었다. 상무부가 추후 관보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는 품목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언제 관세가 부과될지도 미지수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큰 틀에선 같은 품목으로 묶이더라도 제작 방식 등에 따라 관세 부과와 유예가 엇갈리는데 정부는 어떤 세부 품목이 유예 대상인지 파악조차 못 하고 있었다. 미국의 알루미늄 제품 관련 이행 지침에는 ‘스탬핑(고강도 강판을 만드는 주물의 일종)을 제외한’ 차량용 범퍼만 관세가 유예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동시에 스탬핑에 대해선 12일부터 관세가 부과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사용되는 품목 코드와 미국의 코드가 다르다 보니 각 코드 간 일대일 매칭이 쉽지 않아 관세 부과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며 다만 “스탬핑 자체는 대미 수출량이 매우 미미한 편”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기존 발표 품목 이외에도 관세 대상이 추가될지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조차 신뢰할 수 없으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업체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이 조변석개하고 있어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 전파해 줬으면 하는 바람들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관세가 부과될 세부 품목을 확인해 대응책들을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철강·알루미늄#25% 관세#미국 상무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