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세율, 美와 FTA 20개국중 가장 높아… “0%대 성장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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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세 장벽 최악” 상호관세 부과… ‘수출 경쟁’ EU-日보다 높은 관세
한미 FTA, 13년만에 백지화 수순
정부, 불이익 최소화 美 설득 못해… “美와 하루빨리 논의 나서야” 지적

‘상호관세 폭탄’ 차트 들고 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정원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차트에는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25%로 적혀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26%로 돼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상호관세 폭탄’ 차트 들고 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정원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차트에는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25%로 적혀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26%로 돼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韓에 26% 상호관세 폭탄… FTA 무력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전례 없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아시아 무역벨트에 특히 높은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별 분업으로 번성했던 글로벌 자유무역 80년 질서가 사실상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무역 파트너십의 상징이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발효 13년 만에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됐다.

2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것은 우리의 경제적 독립 선언”이라며 “2025년 4월 2일은 미국 산업이 다시 태어난 날, 미국의 운명을 되찾은 날, 그리고 우리가 다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기 시작한 날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세계 무역 질서 재편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에 고관세를 부과 중인 태국, 인도, 베트남 등을 언급하다 갑자기 “어쩌면 최악(worst of all)은 한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부과하는 비(非)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을 정조준했다. 한국은 FTA를 기반으로 대미 관세율이 0% 수준이고, 비관세 장벽이 타국 대비 특별히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한국의 대미 흑자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온 패널에는 한국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표기됐지만 나중에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26%로 적시되는 혼란도 빚어졌다. 26% 관세율은 수출 경쟁 지역인 유럽연합(EU·20%), 일본(24%)보다도 높아 경제계가 우려하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최악이라는 평가다.

그나마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이 상호관세에선 제외된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꼽히지만 정부가 내부 목표로 세웠던 ‘수출 경쟁국 대비 불이익 방지’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예상보다 큰 대미 수출 타격이 우려된다. 앞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악을 20% 관세로 상정해 올해 수출이 448억 달러(약 65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보다 더한 관세율을 맞게 된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FTA 재협상을 총괄했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가 무력화된 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관세율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미국 측과 하루빨리 논의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韓 관세율, 美와 FTA 20개국중 가장 높아… “0%대 성장 우려”


[트럼프, 26% 관세폭탄] 수출 중심 한국 경제 빨간불
기본관세 10%에 개별관세 16% 부과… 韓, 20개국 평균 13.6%의 2배 육박
멕시코-加와 달리 면제 품목도 없어
美상무 “관건은 우리 농산물 수입… 과거 프렌치프라이 수입 못하게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한국에 부과한 26%의 관세율은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20개 국가 중 가장 높은 세율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 수출 경쟁국보다도 한국 관세율이 높아 수출에 직격탄이 예상된다.

● FTA 체결 상대국 평균 관세율은 韓의 절반 수준

미국은 이날 미국 기업이 받는 불공정한 대우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관세 부과 방식은 5일 시행되는 기본관세와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최악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개별관세(9일 시행)로 나뉜다.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교역에서 적자를 보는 한국 등 57개국에는 최고 40% 세율의 개별관세를 추가로 더하는 개념이다.

3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와 별도로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가 이날 정식 발효되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25%의 관세를 물게 됐다. 평택=뉴시스
3일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와 별도로 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가 이날 정식 발효되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는 25%의 관세를 물게 됐다. 평택=뉴시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공개한 설명자료에서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은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해 왔다”며 특히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산 자동차가 자국에서 잘 팔리지 않도록 각종 규제를 적용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은 한국 자동차와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지만 미국은 이를 ‘비관세장벽’ 문제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10%의 기본관세에 더해 16%의 개별관세를 부과받아 총 26%의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는 미국이 FTA를 체결한 20개국에 매긴 평균 관세율(13.6%)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FTA 체결국 중 싱가포르와 호주, 바레인, 칠레 등 14개국에는 기본관세 10%만 부과된다. 이스라엘(17%)과 니카라과(18%), 요르단(20%) 등 개별관세가 부과된 국가의 세율도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 이미 25%의 관세 부과가 발표돼 상호관세에선 제외된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한국보다 관세율이 낮다. 그나마도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 국가 간 FTA격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합의된 품목은 면제된다.

다만 백악관은 앞서 관세 부과가 발표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의 품목에는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도체나 의약품, 구리 등은 상호관세 적용에서 제외됐지만 향후 부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116년 만 최대 관세율에 “韓 성장률 0.9% 전망”

이번 관세 폭탄으로 미국 평균 관세율은 11.5%포인트 상승한 22.5%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일대 예산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는 1909년 이후 1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세계적인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광복 후 80년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수출 주도형 모델에 대한 직격탄을 의미한다. 게다가 한국에 적용한 관세율은 EU(20%)나 일본(24%) 등 주요 수출 경쟁국과 비교해도 높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후 EU나 일본 자동차 대비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이점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글로벌 생산기지에 고율 관세를 매겨 ‘세계의 공장’을 아시아가 아닌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은 기존 20% 관세에 이날 34% 세율이 더해져 최종 54%의 관세 폭탄을 떠안게 됐고 베트남(46%)과 태국(37%), 인도네시아(32%) 등 한국 기업의 생산기지인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미국에 대한 우회 수출까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발(發) 관세 폭탄의 위력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를 사실상 ‘나홀로’ 이끌던 수출 실적 악화 우려도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날 JP모건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1.2%)에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미국 행정부의 산업별 관세 조치로 한국의 연간 수출 증가율도 1.3%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이나 자동차 에너지 등의 수입 증대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3일(현지 시간) 미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산 제품을 얼마나 더 많이 수입하는지가 향후 관세율 인하에 고려될 것임을 시사했다. 러트닉 장관은 “관건(key)은 그들이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고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할 것인지”라면서 “(한미 FTA 발효로) 2012년에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를 수입하고, 대신에 한국은 우리 농산물을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맥도날드가 (미국산) 프렌치프라이를 가져오려고 하자 원산지 증명을 이유로 어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대미 수출#26% 관세율#비관세장벽#한미 FTA#관세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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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5-04-04 04:55:30

    지금 전세계가 관세무역전쟁을 하고있는데, 이 한심한 나라는 자신들이 뽑았던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탄핵광란에 빠져서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춤추고 있다.. 범죄자 한놈이 벌리는 이런 광란극 놀음판에 정신줄을 놓고있는 어리석은 국민들의 무지함과 안이함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법관들은 지금 육법전서 타령만 하고 있지말고, 나라를 위해서 소신있게 결단해라.. 지금은 대통령 탄핵놀이를 할때가 아니라, 대통령이 미국에 달려가서 협상하고 관세를 낮추는 역활을 해야 할 때이다.. 제발 정신들 좀 차려라. 이 한심한 엽전들아~

  • 2025-04-04 05:15:45

    대통령을 즉시 북귀시켜 트럼프와 협상하게 하라! 트럼프의 미친 전략에ㅐ 맞설 인물은 대통령 뿐이다 철저한 반공주의자 트럼프가 짖명 GSGG들과는 절대 대화 안한다 오히려 더 큰 장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헌재는 이 엄중한 현실을 인식하여 나라를 안정되게 하라!

  • 2025-04-04 03:14:16

    미국에 기업 이전하면,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괞찬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 뺏기고, 국내 산업도 피해를 봅니다. 트럼프식 토사구팽에 당하지 않기를...... 트럼프의 미소에 속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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