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6% 관세폭탄]
美설득 못하고 日보다 높은 관세… “26%는 예상조차 못해” 반응나와
정부 “통상본부장 즉시 방미 추진”… 관세 타격 업종 긴급 지원책 방침
미국으로 수출되는 대다수 한국 제품에 대한 26%의 관세 부과가 2일(현지 시간) 현실화되면서 한국 정부의 대미(對美) 협상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네 배 높다”고 밝힌 뒤 한국의 관세율이 0%대라는 점을 설명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무엇보다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24%)이나 유럽연합(EU·20%)보다 높은 관세율을 받아든 것이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가 이번 상호관세율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이전부터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지만, 이 역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적용을 받는 품목에 대해선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 발표 직후 정부 안에서도 “관세율 26%는 예상 못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정부에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한국의 대미 실질 관세율이 0%대인 점을 수 차례 설명했고 실무진 차원에선 충분히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당혹스러워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할 때 밝힌 한국에 대한 관세율(25%)과 백악관 공식 문서에 기재된 숫자(26%)가 다른 점에 대해서도 뒤늦게 정확한 숫자를 미국 정부에 확인하고 있다. 정부는 “가동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 정확한 관세율을 문의했고, 미국으로부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언론사들이 백악관에 직접 질의해 답변을 받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확인 중’이라는 상황에 대해 한미 대화채널 부실 논란까지 나온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두 번 만나 한미 실무 협의 채널을 만들었다고 했지만 발표 12시간이 지나도록 정확한 관세율 파악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셈이다. 국정 리더십 공백이 대미 협상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는 한 차례도 없었다.
긴급 경제안보전략TF 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미(對美) 협상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국무총리실 제공
정부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한 권한대행은 “자동차 등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로 영향을 받을 업종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즉시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긴밀한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협의 채널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명희 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본격적인 관세 부과가 시작되기 전에 남은 기간 동안 다른 나라보단 불리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무역 수지와 규제 완화, 투자 확대 등을 합쳐 패키지식 대응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선 답이 없다. ‘강온양면’ 전략과 더불어 관세 조율 협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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