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없는 AI 농사, 日유학파도 대기업 사원도 ‘스마트팜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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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의 힘, 우리가 키운다] 〈4〉 농촌 바꾸는 ‘스마트’ 귀농
시원한 사무실서 PC-폰으로 농사… 생산성 23% 늘고 노동력 10% 줄어
수억대 매출 거뜬… 지자체 적극 조성
“농업 인식 바뀌어” 청년들 농촌으로

충남 보령시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서원상 씨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그의 오이 농장 앞에서 재배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서 씨 뒤로 보이는 세로 1m 길이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흐린 날 부족한 햇빛을 보완해 생육에 필요한 광량을 꾸준히 공급한다. 보령=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충남 보령시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서원상 씨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그의 오이 농장 앞에서 재배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서 씨 뒤로 보이는 세로 1m 길이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은 흐린 날 부족한 햇빛을 보완해 생육에 필요한 광량을 꾸준히 공급한다. 보령=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농부라고 하면 흔히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저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서원상 씨(40)는 21일 충남 보령시의 오이 농장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의 5000㎡(약 1500평) 규모 농장은 일반 농장과는 달랐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통합제어시스템이 가동돼 물은 시간과 구역에 맞춰 자동으로 공급됐고, 온도·습도·광량·이산화탄소까지 정밀하게 관리됐다. 날이 흐려 햇볕이 필요한 날에는 잎 사이사이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빛을 공급했다. 이 모든 과정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됐다. 말 그대로 농장의 운영이 ‘스마트’하게 이뤄지는 스마트팜이었다.

● 스마트팜, 생산성 23%↑·노동력 10%↓

서 씨는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LG전자 연구원으로 일하던 도시 청년이었다. 2017년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 1기에 선발돼 교육을 받고 농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21년 고향 보령으로 귀농했다. 지금은 연구원 시절의 지식과 현장 경험을 결합해 인공지능(AI)과 ICT를 접목한 오이를 재배한다. 서 씨는 “농업도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전혀 다른 산업으로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서 씨처럼 귀농한 뒤 전통적 방식이 아닌 스마트 농업으로 농장을 일구는 사례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기존 온실을 스마트팜으로 전환한 농업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생산성은 평균 23% 늘었고 농가 소득도 22% 증가했다. 노동력은 10% 이상 줄어 인력난 해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지자체들도 스마트팜 단지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충남도는 총 834만9000㎡(약 253만 평) 규모의 스마트팜 조성에 나섰다. 현재 절반 이상을 준공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착공을 마칠 계획이다. 전북은 청년들에게 시설원예 스마트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청년창업 스마트팜 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64개 스마트팜을 만들었다.

경북도는 ‘경제산업 재창조 2조 프로젝트’를 내세워 35만 ㎡(약 10만 평) 규모의 ‘스마트팜 클러스터 및 미래 농업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자체들이 속속 스마트팜 확산에 나선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농촌 소멸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집약적이었던 농업 방식을 바꿔 청년층 유입을 늘리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 日 유학파, 서울 대기업 직장인도 ‘스마트 귀농’

경기 광명시에서 살다 5년 전 충남 논산에 정착한 김지운 씨(27)도 스마트팜을 보고 농촌에 정착한 도시 청년 중 한 명이다. 김 씨는 스마트팜을 운영한 지 2년 만에 매출 5억 원, 순수익 3억8000여만 원을 달성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 농업을 블루오션이라 생각해 농수산대학에 진학했고, 멘토 농가에서 배운 경험과 정부·충남도의 지원 덕분에 1000㎡(약 30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서 샐러드용 채소를 재배하는 한경훈 씨(35)도 대표적 ‘스마트 귀농인’이다. 그는 2022년 65억 원을 들여 축구장 2개 크기(1만986㎡)의 유리온실을 세웠다. 첫해 20∼30%였던 가동률은 매년 증가해 현재는 연중 생산체제를 갖췄고, 수확한 채소는 전량 신세계푸드 등에 납품한다. 지난해 매출은 17억 원에 달했다.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하고 귀국한 그는 청년스마트팜 보육사업에 참여해 미래를 준비했다.

경북 성주군 용암면의 조상범 씨(35)는 서울의 대기업을 다니다 2017년 고향으로 돌아와 참외 스마트팜을 운영 중이다. 참외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 보온덮개를 매일 씌우고 걷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AI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손가락 하나로 온도를 조절한다. 하우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AI 분석은 최적의 수확 시기를 알려준다. 조 씨는 “스마트팜 도입 전에는 4시간 걸리던 일이 지금은 5분 만에 끝난다”며 “생산량도 15% 늘었고, 도시민 못지않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와 보니 농촌의 생활 인프라도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젊은 세대가 도전해 볼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팜#청년창업#농업 기술#스마트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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