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억만장자들, 트럼프 관세 패닉에 공개 비난 쏟아내
홈디포 공동창업자 “트럼프, 잘못된 조언 받은 것”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머스크 “백악관 고문, 쓸모없는 인간”
트럼프 관세 패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목소리 내는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행진하는 반트럼프 시위대. 2025.04.06 샌프란시스코=AP 뉴시스
“베트남에 46% 관세? 말도 안 돼요! 그냥 ‘전화하지 마라’는 얘기잖아요”
미국 최대 건축 자재 판매 업체 홈디포(Home Depot)의 공동창업자이자 공화당의 오랜 후원자인 켄 랭고니(Ken Langone)가 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광범위한 고율 관세에 대해 이같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된 조언을 받고 있다”며 “베트남산 제품에 부과된 46% 관세는 ‘헛소리’고, 중국에 추가된 34% 관세도 너무 공격적이며 협상 기회조차 없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빌어먹을 공식(goddamn formula)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트럼프가 이번 무역 문제에서 잘못된 조언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랭고니뿐 트럼프 관세 패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목소리 내는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모든 무역 대상국에 10%의 기본관세를, 무역 적자 규모가 큰 국가는 각국 상황에 맞춰 최대 49%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세계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관세 발표 이틀 만에 미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6조6000억 달러(9629조 원)에 달했다.
트럼프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관세 발표 전까지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가 지난 4일(현지 시간) 관세 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진 백악관 고문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를 정면으로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국과 유럽 간에는 무관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나바로에 대해선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비난했다.
머스크는 또 경제학자 토마스 소웰의 인용문을 공유하며 이번 관세가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자유시장 원칙을 강조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의 멘토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지난 5일(현지 시간) X(옛 트위터)에 “10%를 초과하는 관세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첫 임기 때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Wilbur Ross)는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을 우려하며 관세 산정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특히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극심하다”며 “지금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극단적으로 커진 시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관세를 산정하는 방식의 논리에 의문이 있다”며 “다소 비전통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같은 일을 한다면 시기, 방식, 범위에서 분명히 다르게 했을 것이고, 한꺼번에 모든 걸 다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6일(현지 시간) 주주 서한에서 관세 정책을 비판하며 경기 침체를 우려했다.
그는 “관세는 아마도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을 더 진지하게 고려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수록 좋다. 부정적인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고 나중에는 되돌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트럼프 관세 정책을 둘러싼 비난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헌법상 의회에 있는 관세 부과 권한을 되찾자는 논의에 나섰고, 한 민주당 하원의원이 한 달 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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