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국무부는 아무도 해고안해”
루비오 “1500명 퇴직” 내각회의 충돌
트럼프 “구조조정, 도끼 아닌 메스”
마코 루비오(왼쪽),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발탁돼 대규모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력 감축을 놓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가 주요 정부 부처를 상대로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행정부 인사들과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머스크를 두둔해 온 트럼프 대통령도 내부 불만을 의식한 듯 “DOGE는 조언만 하라”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7일 뉴욕타임스(NYT)는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임시 내각 회의 때 머스크와 루비오 장관이 크게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머스크는 대각선 반대편에 마주 앉은 루비오 장관에게 “국무부에선 아무도 해고하지 않았다”고 공격적인 발언을 날렸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1500명이나 퇴직했다”며 반박했다. 이어 “퇴직 인원을 모두 재고용해 다시 해고하는 쇼라도 벌이고 싶냐”고 응수했다. 또 루비오 장관이 국무부 조직 개편 계획을 설명하자 머스크는 “(당신은) TV에선 잘 나온다”며 방송 출연 외 역량은 부족하다고 비꼬았다.
두 사람의 설전을 테니스 경기를 보듯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루비오 장관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며 사실상 루비오 장관 편을 들었다. 이후 머스크의 개혁 행보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접근 방식을 세련되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공무원 감축 정책은 비서관들이 담당할 것이며 DOGE는 조언만 하라”고 지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뒤 트루스소셜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수하고 생산적인 인력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며 “(연방정부 구조조정은) 도끼가 아닌 메스(수술용 칼)”라고 표현했다. 그는 8일 “일론과 마코는 좋은 관계다. 그 외의 모든 보도는 가짜 뉴스”라는 글도 올려 머스크와 루비오 장관의 충돌을 사실상 부인했다.
테슬라 매장 앞 反머스크 시위 8일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의 테슬라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왜 억만장자에게 감세와 보조금이 필요하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디케이터=AP 뉴시스한편 NYT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에게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할 의향이 있음을 처음으로 시사한 것으로 (머스크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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