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전쟁에 美 경제 패닉
나스닥 등 3대 지수 역대급 폭락… WSJ “경기침체 공포 빠르게 확산”
정치권 “트럼프 탓에 한중일 손잡아”
공화서도 ‘관세 제동법안’ 속속 발의
브라이언 샤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4일(현지 시간) 워싱턴 상원 의회 본회의장에서 한중일 통상장관들이 나란히 서서 악수하는 장면을 흉내내고 있다. 샤츠 의원은 “(미국의 동맹에 대한 관세 폭탄으로 인해) 한일중이 우리에 대항해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 브라이언 샤츠 의원 유튜브 캡처
“미국에 ‘해방의 날’이 아니었다. 미국 경제 역사상 가장 큰 자해 행위로 기록될 일이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상호 관세 발표 뒤 미 뉴욕 증시가 역대급 폭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5일(현지 시간) 모든 국가들에 부과된 10% 기본 관세가 발효됐다. 9일부터는 기본 관세에 더해 국가별로 가산되는 상호 관세가 부과될 예정인 데다 이미 중국이 미국에 대한 34% 보복 관세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계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앞세운 통상 전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것은 ‘경제 혁명’이고 우리는 이길 것”이라며 “끈기 있게 버텨내라(Hang Tough)”고 밝혔다. 이어 “쉽진 않겠지만 최종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도 발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안은 빠르게 퍼지고, 글로벌 경기 침체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4일 미 증시에서는 전날에 이어 또 한 번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로 인해 이틀 새 6조6000억 달러(약 9646조 원)가 증발했다. 이틀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5%,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9.3%, 기술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1.4% 폭락했다. 특히 나스닥 하락 폭은 최고점 대비 22.7%에 달한다.
미국 기업 시가 총액 1위인 애플은 3일(―9.25%)에 이어 4일에도 7% 넘게 폭락하며 시총 3조 달러가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 역시 이날 10.42% 폭락해 빅테크 기업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도 2.7% 하락했다. 고관세에 따른 제조업 위축과 경기 침체 공포가 퍼지면서 원유 가격은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WSJ는 “모두가 경제에 대해 더 암울한 전망을 하며 경기 침체 예측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인 JP모건은 경기 침체 확률을 기존 40%에서 60%로 높였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50% 이상 급등하며 2020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컸다”며 “경제적 영향 또한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며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 “트럼프 탓에 한중일 손잡아” 美 정치권 충격
경제의 바로미터인 증시가 요동치면서 미국 정치권에서도 관세 전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하와이)은 4일 열린 상원 예산안 토론에서 “수직 낙하한 미 증시 그래프만큼이나 내게 큰 충격을 준 장면이 있다”며 양팔을 교차해 악수를 하는 자세를 취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이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만나 5년 만에 한중일 경제통상 장관회의를 가지며 악수한 자세를 흉내낸 것이다. 그는 “놀랍게도 벌써 우리의 동맹과 적국이 트럼프에 맞서 협력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외 지도자들이 트럼프의 괴롭힘에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반기를 드는 의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 등의 보복 관세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는 켄터키, 네브래스카, 아이오와주 소속 의원들이 관세 제동 법안에 참여 중이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아이오와)은 대통령이 새 관세를 도입할 때 상·하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2025 무역검토법’을 발의했다. 하원에서도 돈 베이컨 의원(네브래스카)이 비슷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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