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먼지, 뇌 속 단백질 독성 덩어리로 만들어 치매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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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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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PM2.5)가 알츠하이머 치매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밝혀졌다.

루이소체 치매는 뇌 속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 잘못 접혀 비정상적으로 뭉친 ‘루이소체(Lewy bodies)’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면서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이 단백질 응집체는 뇌 전체로 퍼져 치명적 손상을 일으킨다.

초미세먼지와 치매의 연결고리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을 의미) 이하인 미세 입자로 머리카락 굵기(약 70㎛)의 30분의 1 수준이다. PM2.5는 산업 활동, 차량 배기가스, 산불, 땔감용 나무 연소 과정 등에서 발생한다. 폐 깊숙이 흡입 돼 혈류를 타고 뇌를 포함에 여러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00~2014년 미국 내 신경 퇴행성 질환 환자 5650만 명의 병원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PM2.5 농도가 사분위수 범위(IQR)만큼 상승할 때마다 파킨슨병성 치매 위험은 17%, 루이소체 치매 위험은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독성 단백질 덩어리와 무관한 다른 뇌 질환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동물 실험에서 인과관계 확인

생물학적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정상 쥐와 알파-시누클레인을 만들 수 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를 대상으로 10개월간 격일로 PM2.5에 노출시켰다. 정상 쥐는 뇌 위축과 인지 저하를 보였지만, 해당 단백질이 없는 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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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실험에서 조기 발병 파킨슨병과 연관된 인간 유전자 변이(hA53T)를 가진 쥐를 PM2.5에 5개월간 노출했을 때, 공격적이고 독성이 강한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가 형성되었으며,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이는 자연 노화로 형성되는 단백질 뭉치와 물리적·화학적으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병리적 형태였다.

초미세먼지의 발생 지역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유럽, 미국에서 각각 채취한 PM2.5 샘플을 쥐에게 노출시킨 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발생 장소와 무관하게 PM2.5 그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깨끗한 공기가 곧 뇌 건강 정책”

연구를 이끈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마오 샤오보(Xiaobo Mao) 교수는 “쥐를 PM2.5에 노출했을 때 인간 루이소체 치매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독성 단백질 응집체가 나타났다”며, “이는 대기오염이 신경퇴행성 질환을 직접 촉발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같은 학교 테드 도슨(Ted Dawson) 교수도 “대기오염이 루이소체 치매의 중요한 촉진 요인임이 분명하다. 대기질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진은 “치매의 위험 요인인 유전이나 나이는 바꿀 수 없지만, 대기오염은 줄일 수 있다”며 “깨끗한 공기 정책이 곧 뇌 건강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존스홉킨스 외에, 하버드, 컬럼비아, 조지아공대 등에서 총 43명의 학자가 참여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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