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저선량 방사선 치료가 관절 치환 수술을 받기 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암 치료에 사용하는 선량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치료한 후 4개월 추적 관찰기간 동안 통증이 완연히 가라앉고 관절기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한 것.
서울대학교병원 운영 서울시 보라매병원 김병혁 교수(방사선종양학과) 연구팀은 경도에서 중등도의 무릎 관절염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성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 방사선종양학회(ASTRO) 연례 학술대회(9월 27일~10월 1일)에서 발표했다.
의학 전문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연구진은 국내 3개 대학병원에서 모집한 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저선량 방사선(3 Gy), 극 저선량(0.3 Gy), 위약(가짜 방사선) 치료를 시행했다. 모든 환자는 총 6회 치료를 받았으며, 강력한 진통제 사용은 제한했으며, 필요한 경우 아세트아미노펜만 복용하도록 했다. (Gy는 1㎏의 물질이 1줄(J)의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하는 양을 나타내는 국제단위다.)
치료 4개월 후 저선량(3 Gy) 그룹 환자의 70%가 통증과 기능 개선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보여 위약군(42%)보다 현저히 높았다. 또한 통증·경직·기능을 종합한 점수에서도 저선량 군의 개선율이 위약군 대비 두 배 가까이 높았다(56.8%대 30.6%). 반면 0.3 Gy그룹은 58.3%의 개선 효과를 보여 위약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암 치료의 5% 미만 선량만 사용했으며 치료와 관련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김병혁 교수는 “관절염 환자들은 약물 부작용과 관절 치환술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저선량 방사선 치료는 관절 구조가 보존되어 있고 염증이 있는 환자에게 중간 단계 치료로 활용할 수 있어 관절 치환술을 늦출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방사선은 손상된 연골을 재생하거나 심하게 손상된 관절을 물리적으로 회복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저선량 방사선은 활막 미세환경의 조절과 골관절염 병태생리에 관여하는 염증 매개물의 완화를 통해 항염증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에 따르면, 저선량 방사선은 독일,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 관절염 통증 완화 치료로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위약과 비교해 효과를 입증한 고품질 임상시험은 많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위약 대조 설계와 진통제 사용 제한을 통해 방사선 치료 효과를 명확히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김 교수는 “치료 목적의 방사선이 항상 고선량으로만 쓰인다는 오해가 있다”라며 “그러나 관절염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선량은 암 치료에 사용하는 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중요한 장기와 거리가 있는 관절 부위에 국한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낮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현재 12개월 추적 조사를 진행 중이며, 영상학적 평가와 환자군별 효과 검증, 비용-효과 분석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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