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려드는 참다랑어, 어획량 늘리려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32〉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5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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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동해는 명태가 살 수 없는 바다가 됐다. 2008년 공식 어획량 ‘0’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명태는 동해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가장 많이 잡히던 어종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조선의 바다를 뒤덮었던 청어는 물론이고 도루묵도 서식지를 북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동해 바다에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한류성 어종이 사라지는 대신 난류성 어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달 8일에는 경북 영덕군에서 태평양참다랑어 1300마리가 잡혔다. 큰 개체는 길이가 1.5m, 무게는 150kg에 달했다. 9일에는 주로 열대 바다에서 서식하는 대왕쥐가오리가 제주 바다에서 붙잡혔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여파가 눈에 띄게 나타난 것이다. 10일에는 강원 삼척시 정라진 앞바다에서 길이 3m, 무게 226kg의 황새치와 200kg에 이르는 참다랑어 6마리가 잡혔다. 12일에도 삼척 앞바다에서 대형 황새치가 포획됐다.

영덕군에서 잡힌 태평양참다랑어 1300마리는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없었다. 경북의 올해 참다랑어 할당량은 110t으로, 이미 할당량을 채운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폐기물 업체를 거쳐 가축 사료로 팔렸다고 한다. 2022년 7월에도 다랑어 수천 마리가 영덕 해변을 뒤덮은 적이 있다. 그해에 영덕 앞바다에 1만3000여 마리가 버려진 것으로 추정됐다. 쿼터 한도가 찬 상황에서 팔 수 없으니 버린 것이다.

참다랑어는 허용 어획량을 규제하는 국제법에 따라 국가별로 할당된 쿼터만큼만 잡을 수 있다. 지역 어업위원회에서 참다랑어 등의 어류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별로 어획량을 할당한다. 다섯 지역으로 나눈 어업위원회 중 한국은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에 속한다. 회원국들과 매년 회의를 통해 어획량을 관리하고 있다. 동해의 태평양참다랑어 개체수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는 할당량이 늘었다. 2024년에 748t, 2025년에는 1219t을 할당받았다. 해양수산부는 1219t을 지역별로 분배한다.

일본의 할당량은 압도적으로 높다. 일본에 할당된 올해 태평양참다랑어 어획량은 1만2828t이다. 반면 한국의 할당량은 일본의 9.5% 수준이다. 할당량 결정의 중요한 기준은 ‘역사적 어획 실적’이다. 과거 어획량이 많았던 국가가 더 많이 받는다. 이어 해당 어종이 국가의 음식문화와 산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따지는 ‘경제사회적 의존도’에 따라 산정한다. ‘과학적 관리·감시 능력’도 중요한 기준이다. 자원 보호와 쿼터 이행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과 인력 수준을 평가한다. 이 외에도 서식지와 해당 국가 간의 거리, 외교적인 협상력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과거 참다랑어 어획 실적이 적었고, 주요 서식지와도 멀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동해에서도 100kg이 넘는 참다랑어가 다량으로 잡히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동해 일대에 참다랑어 산란지가 형성돼 있음을 확인했다. 한국은 참다랑어 주요 소비국이며 과학적 관리·감시 능력도 높은 수준이다. 참다랑어 증가량을 면밀히 조사해 WCPFC 총회 때 쿼터 할당량을 높일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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