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업 노화 심각”… 설상가상 ‘노봉법’-상법-법인세 몰아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0일 2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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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7일 “한국은 제조업에서 10년을 잃었다. 제자리걸음 정도가 아니라 노화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10년도 놓치면 제조업 상당 부분이 퇴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새로운 성장 전략을 짜고 기업의 혁신과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조언이지만, 한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 법인세 인상 등이 되레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하며 법안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상법 개정안이 공포된 지 사흘 만에 노동법으로 전선을 옮겨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 교섭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원청 기업은 1년 내내 파업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조합원의 개별 책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여당은 상법 개정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더 센 개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경영권이 과도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선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 승부수를 던지기 어렵다. 여기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7일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제조업 육성과 기업 유치를 위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정부와 여당은 하청 근로자 보호, 소액 주주 보호, 세수 확보를 위해 ‘3종 세트’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약을 쓸 때도 환자의 상태와 부작용을 고려해 여러 약을 한꺼번에 쓰지 않는다. 우선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부터 파악하며 속도를 조절해도 늦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각각 만나 정부와 기업은 함께 뛰는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5대 그룹 총수와 경제 6단체장을 만나는 등 경제계와 소통의 폭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이 다시 ‘잃어버린 10년’이 되도록 허송세월할 순 없다. 그러자면 이 대통령이 기업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 입법이나 정책에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태원#제조업#상법 개정#법인세 인상#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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