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난 사람]“국민의힘은 지금 극우와의 싸움… ‘내부 총질’ 말하는 자가 尹 계승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1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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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극우 끌어안는 건 다양성 아냐
지도부, 전한길에 미온적 대처… 극우 실체 드러낸 건 혁신위 성과
대여 투쟁, 국힘 얻은 건 없어…의원 아닌 국민 눈높이가 중요
계엄·탄핵 사죄는 최소의 혁신… ‘죽어야 산다’ 반성해야 길 열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죽을 각오가 돼 있다’ 정도로 반성, 사죄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돌아봐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죽을 각오가 돼 있다’ 정도로 반성, 사죄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돌아봐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7개월 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 중인 국민의힘이 8월 22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송언석 비대위’는 전당대회에 앞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난달 9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 위원장은 계엄·탄핵 사죄 등 3개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의원과 송 비대위원장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혁신이 내부 총질이냐”는 비판에 직면했고, 지도부는 혁신안 수용 여부를 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윤 위원장은 “단 한 명도 계엄과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의원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우리끼리 앉아서 스크럼 짠다고 우리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한 추가 인터뷰에서도 그는 “죽어야 산다는 마음으로 반성해야 길이 열린다”고 호소했다.》

―당이 지지율 7%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지지율 7%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아무 쇄신 없이 전당대회로 가는 루트였다. 전당대회는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서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건데 ‘디컨벤션 효과’가 됐고 지지율은 7%까지 떨어졌다. 쇄신하지 않으면 그때 루트 그대로 간다.”

―혁신안 3개 중 1안(계엄·탄핵 사죄문 당헌·당규 명시)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것도 안 하면 큰일난다. 최선이 아니라 최소다. 혁신위를 시작할 때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가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 지금 징검다리 혁신안 만드는 건 코미디’라고 표현했고,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혁신위원장을 제안하면서 ‘선(先) 혁신 후(後) 전대’를 약속했다. 혁신안을 빠르게 확정하고 당헌·당규를 고쳐서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빨리 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계엄 후 8개월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고 제대로 된 사죄도 한 적이 없다. 사죄도 안 하고 전당대회로 그냥 넘어가면 결과가 뻔히 보인다.”

―1안도 ‘숙의’가 필요하다는 게 의원총회 결론이었다.

“호준석 혁신위 대변인이 지난달 10일 브리핑에서 (계엄·탄핵 관련) 사죄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2주가 지났는데 이제부터 숙의를 한다고 하더라.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 우리가 내용을 빨리 확정한 것도 그(숙의) 때문이었는데….”

―이른바 ‘나윤장송’을 쇄신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쌍권’(권영세 권성동 의원)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의 문제가 너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당은 지금 극우와의 싸움이 돼버렸다. 전한길 씨와 결합돼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 주자들한테까지 (극우가) 옮겨붙어 있다. 이 당을 건전한 보수로 돌이킬 것이냐, 아니면 극우로 가게 둘 것이냐의 큰 흐름이 이미 형성돼 버렸다.”

―‘쌍권’은 과거, ‘나윤장송’은 현재의 문제라는 뜻인가.

“그렇다. 혁신위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8대 사건’을 지목한 다음 사과를 제안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나윤장송 사건’이 벌어졌다. 그들은 ‘사과할 필요 없다’, ‘언제까지 사과만 할 거냐’ 등등 정면으로 반발했다. (송 비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도 미온적인 태도를 비쳤다. 나는 과거에 대해선 칼을 휘두를 생각이 없다. 사안에 대한 경중 판단이 모두 다르지 않나. (과거는) 당원 판단에 맡길 생각으로 당원소환제(혁신안 3안)를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나윤장송’은 현재의 문제다. 국민들 눈엔 ‘쟤네들 웃기네’ 할 거 아닌가.”

―지도부와 상의 후 발표했다면 반발이 적지 않았을까.

“그건 기본 원칙을 혼돈하는 것이다. 지난달 9일 혁신위원장 임명 후 의원총회에 가서 ‘혁신위 역할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걸 만드는 것이고 지도부는 수용해야 성공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혁신은 국회의원과 조율하고 논의하는 게 아니다. 혁신위는 어떻게 하면 국민 눈높이를 맞출까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당이 이렇게 누란지위(累卵之危)인 상황에서 지도부와 미리 조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안을 낼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쇄신보다 통합을 강조하는 주장도 많다.


“지난주 전국지표조사(NBS)의 당 지지율 17%는 ‘강선우 파동’ 중에 나왔다. (강선우에 대한) 부적절 여론이 60%를 넘었지만 국민의힘이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 대여 투쟁을 아무리 해도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강선우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언론과 국민이 낙마시킨 것이다. 우리끼리 앉아서 스크럼 짠다고 (당이) 지켜지지 않는다. 우릴 지켜줄 수 있는 건 국민밖에 없다. 당장 김건희 여사 소환이 임박했다. 악재가 계속 드러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정말 ‘죽을 각오가 돼 있습니다’ 정도로 반성, 사죄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돌아봐 주지 않을 것이다.”

―김문수, 장동혁 등의 당권 주자들은 혁신위를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했다.

“내부 총질이라는 말 자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언어다. ‘체리 따봉’과 한 세트로 유행돼 국민의힘의 풍토병이 됐다. 건전한 비판도 자신한테 불리하면 내부 총질이란 딱지를 붙여 ‘입 닥치라’는 것이다. 다양한 주장을 짓누르는 고압적 태도, 권력에 줄 세우는 정치를 답습하는 그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승자들이다.”

2022년 7월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이 텔레그램으로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이준석 전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다”고 하자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답했고, 윤 전 대통령은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전한길 씨는 어떻게 조치해야 하나.

“본명(전유관)으로 입당해 (지도부가) 몰랐다는 점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은 입당해서도 지속했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당 대표를 뽑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한 것도 당원 가입 이후 행적이다. 지도부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굉장히 미온적으로 갈팡질팡했다.”

―전 씨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분은 지금 윤 전 대통령과 거의 한 몸으로 인식된다. 밖에서 그냥 떠드는 게 아니라 당원으로 가입했고, 당이 안방(국회)으로 불러들여서 이틀 연속 행사(토론회)까지 했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느냐 마느냐가 우리 당의 존폐의 문제인데, 윤 전 대통령과 한 묶음으로 보이는 사람을 옹호하는 게 국민에게 어떤 인상을 주겠나.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는 게 탄핵의 바다를 건너는 첫걸음이다. 윤 전 대통령과 제대로 절연하지 않고는 바다를 건널 길이 없다. 그분은 단순한 자연인이 아니다. 당과 윤 전 대통령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인물이다. 현직 의원과 당권 주자들까지 ‘끌어안고 가야 한다’면서 옹호하고 있지 않은가.”

―윤 의원은 전 씨 논란과 관련해 ‘다양성을 포용하는 덧셈 정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히틀러나 스탈린도 다양성으로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나? ‘극(極)’이란 말을 쓰는 건 민주주의가 용인하는 범위를 벗어날 때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파괴하는 사람들을 두고 민주주의가 용인하는 보편적인 선을 넘었다고 하지 않나.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때 서른 번 탄핵을 시도했다. 나는 그걸 강하게 비판했고,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절망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계엄이란 수단으로 쓸어버리겠다? 이미 ‘계엄은 안 된다’고 국민 대부분이 판정을 내렸다. 그걸 계속 옹호하는 걸 다양성으로 덮어씌우면 안 된다.”

―스스로 쇄신하려는 당내 움직임이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책임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 보수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이 책임이다. 언제부턴가 책임정치가 약해졌다. 내가 주장하는 혁신은 ‘책임정치 회복’과 같은 얘기다. 물론 민주당도 똑같다. (양당이) 서로가 서로를 여태까지 지켜줬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거울 정치’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아무리 ‘쟤들이 더 나빠’라고 얘기해도 ‘너네가 제일 나쁘다’며 아무도 안 들어준다. 우리가 스스로 새로워지지 않으면 출구는 없다.”

―신한국당, 한나라당 당시 소장파 같은 그룹도 실종됐다.


“당 구조가 경직돼 있고, 민심을 파악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기제가 약해졌다. 소장파가 막 개겨도 머리를 짓누르지 않는 중진그룹도 중요하다. 불이익이 없게 하는 지도부의 열린 마음도 중요하다. 그런 건 당내가 아니라 국민을 쳐다보게 하는 ‘민감성’의 문제에서 나온다.”

―22일 전당대회는 어떤 전당대회를 모델로 삼아야 하는가.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2004년이다. ‘차떼기 정당’으로 망할 지경이었다. 그때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뽑았고, 총선에서 121석을 가져왔다. 열린우리당이 152석이었지만 우리가 이긴 선거였다. 박 전 대통령이 정말 진솔하게 사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막당사는 물론 당 재산도 국가에 헌납했다. 진솔하게 사죄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런 위기 때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모습이다.”

―혁신위가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가 있다.

“혁신위는 진정성 있는 사죄로 탄핵의 바다를 건너고 당 체질을 개선해 보수 정당을 살리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가 아닌 국회의원 눈높이에 맞추길 바란 지도부 기대치와 부딪쳤다. 그럼에도 소기의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혁신 대상을 명확히 했다는 것, 당을 더한 위기로 밀어넣으며 정치적 이득을 꾀하는 극우 세력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이를 막기 위한 연대가 태어나게 했다는 점이다. (혁신을 주장한) 김용태 안철수 윤희숙의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정당 혁신의 모델로 남을 것이다.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일 아쉬운 점은….

“단 한 명도 계엄과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의원이 나오지 않았다. 죽어야 산다는 마음으로 반성해야 길이 열린다. 지금 변화와 통합으로 가는 길에 가장 절실한 것은 의원들의 용기와 동참이다. 의원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고 감춰질 일이 아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55)
△1970년 서울 출생
△200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
△2015년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2016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16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2020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입당
△2020∼2021년 21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2024년 22대 국회의원 후보(서울 중-성동갑)
△2025년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

#국민의힘#전당대회#혁신위원회#윤희숙#계엄·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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