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의 힘[내가 만난 명문장/고영근]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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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유가 있을 때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보다, 삶이 고단할 때 마주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오래간다.”

―윤광준 ‘심미안 수업’


고영근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고영근 마포문화재단 대표이사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삶의 여유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즐길 줄 아는 감각이 아닐까. 이 문장은 인생의 고단한 시기에도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최근 은퇴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대개 등산이나 골프,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공연이나 전시회를 즐기는 문화생활도 병행하고 있다. 정신적 충만함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는 단골 문화공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지인들에게 권하면 처음에는 낯설어하지만, 함께 다녀오면 대부분 큰 만족감을 나타낸다.

중장년층에게 문화와 예술은 여전히 ‘낯선 세계’다. 젊은 시절 오로지 일에 집중하며 살아왔던 세대라 문화예술은 늘 뒷전이었고, 감상의 감각 또한 길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공공 문화예술 기관에서도 다양한 예술 강좌와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문화가 있는 날’, ‘천원의 행복’, ‘마티네 콘서트’ 등 시민 친화형 공연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준비된 마음이다. 작은 용기를 내어 예술을 가까이 해보면 어떨까. 그저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열고, 그 앞에서 잠시 멈춰서기만 해도 충분하다. 갤러리를 산책하듯 걷고, 클래식 음악 한 곡에 마음을 기울이고, 작가의 메시지에 잠시 귀를 열어보는 일.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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