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마저 ‘교권 추락 몸살’… 자력구제에 내맡길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9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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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교실에 이어 대학 강의실마저 교권 추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초중고교에서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던 학생과 악성 민원을 제기하던 학부모 때문에 교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던 것처럼 대학에서도 수업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상식 밖 민원과 무고성 신고가 늘어나면서 교수들이 교수 노조를 결성하거나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등 자력 구제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장학금, 연구비 등 대학원생이 교수에게 불만이 생기면 바로바로 투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서울 A대 교수는 대학원생 제자에게 진학 대신 취업을 권했단 이유로 SNS에 실명을 거론한 비방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방 B대에선 교수가 장학금을 횡령했다는 민원이 들어와 조사했지만 허위로 밝혀졌다. 하지만 교수는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길이 없었다. 학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학점이 낮은 이유를 교수에게 따져 묻거나 가족이 해외여행을 가니 수강 신청을 대신해 달라는 어이없는 민원을 하기도 한다. 듣고도 믿기 힘들 정도다.

초중고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던 것처럼 대학에는 2021년부터 인권센터 설립이 의무화됐다. 최근 5년간 국립대 인권센터에 접수된 신고 및 상담 건수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 320건에 달했다. 대학마다 인권센터가 설립되며 학생들이 성희롱·성폭력 피해나, 학교에서 겪은 부당한 일을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은 순기능이지만 덩달아 교수를 상대로 악의적인 민원도 함께 늘었다.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교권 침해의 심각성이 드러났고 이후 초중고교에선 교사 보호 장치가 법제화됐다. 하지만 대학교수는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데다 명예를 지키려고 침묵하는 경우가 많아 교수를 보호할 장치는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부당한 민원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등 교수 보호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학문적 자유, 비판적 토론이 있어야 할 대학 사회마저 위축시키니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 교권#수업권 침해#악성 민원#학부모 민원#교수 권리#교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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